우리는 왜 동역자를 권징하라 하는가
이 글은 필자가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목회자 시국대책협의회 주최로 열린 현안 토론회(“우리는 왜 동역자를 권징하라 하는가”)에서 발표한 것이다. 이 토론회는 2017년 3월 7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렸다. (편집자 주)
오늘 모임의 성격이 교회 안에서는 거의 찾기 어려운 그런 성격의 토론회인데, 정치적 혼란기를 틈타서 우리 교단의 몇몇 목사님들의 정치적 행보와 주장에 대해서 선배로서 가만히 있지 말고 한마디 하라고 하여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 자리가 토론회이기에 많은 분의 말씀이 이어질 것이므로 가능한 한 짧게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박 대통령의 잘못된 국정농단에서 비롯된 탄핵이 가까워지면서 다음에 이어질 정치권력에 줄을 서려고 하는 사람들이 서로들 경쟁하고 있습니다. 우리 예장 안에서도 머리가 빨리 돌아가는 몇몇 분들이 자신의 정치적 이권을 찾아 나서는 바람에 우리 교단 전체에 혼란을 주고 있기에, 양식 있는 목사님들과 전도사님들과 신학생들과 성도님들이 이들의 잘못된 주장과 행동을 막아보려고 오늘 이곳에 모였다고 여겨집니다.
특히 장신대학교 김철홍 교수는 우리나라 안에서 오랫동안 잘 써먹고 있는 이른바 ‘좌우파 논쟁’을 내세워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신 분들을 당혹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오래전에 구라파에서 우파들, 즉 기성세력들, 요즈음 말로 ‘금수저들’이 득세하여 ‘흙수저들’, 즉 가난하고 초라한 삶을 살던 사람들을 더 가난하게 만들고, 더 못살게 만드니까, 마르크스가 흙수저들 편에 서서 부자들인 금수저들이 착취한 재산을 흙수저들과 같이 나누면서 공생하자고 외쳤습니다. 그의 외침이 바로 사회주의이고 공산주의입니다. 당시에 금수저들은 주로 기독교인들이 주를 이뤘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르크스가 그들을 비판하고 나선 결과로 공동체 운동이 반기독교적 무신론 운동으로 매도되었습니다. 마르크스가 비판한 것은 가난한 목수의 아들 예수가 아니었습니다. 그가 거부한 것은 당대의 금수저들인 교황들과 사제들이었습니다. 당대의 금수저 편에 선 하나님이 계신다면 그런 하나님은 하나님이 아니라고 외쳤던 마르크스였습니다. 실제로 많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흙수저 편에 선 예수님을 칭찬하고 좋아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서구에서는 기독교와 마르크스주의자들과의 대화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에 흙수저들이 너무나 많아서 그들의 울부짖는 아픔의 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가진 자들인 금수저가 갖지 못한 자인 흙수저의 노동력을 싼값에 부려먹고, 재벌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기에 흙수저들이 단결하여 금수저들에게 효과적으로 항의하기 위하여 노조를 만들었습니다. 금수저들은 이 사람들을 ‘좌파’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금수저들이 좌파입니다. 올바른 쪽을 우파라고 부른다면 흙수저들이 우파입니다. 금수저들은 옳지 못한 좌파입니다.
의식 있는 중고등학교의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금수저집 아이들과 흙수저집 아이들이 비교되고, 그리고 그 원인을 알게 되면서 양심 있는 교사들이 ‘교조’를 만들어서 흙수저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고 교육을 제대로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그것이 좌파적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비판은 잘못된 것입니다. 우파가 올바른 쪽을 지칭하는 것이라면 이들 교조야말로 우파입니다. 약한 자 편에 선 예수님이 우파입니다. 예수가 옳은 편에 선 것입니다. 흙수저 쪽에 서서 저들의 약함과 억울함을 돕지 않고 오히려 저들을 학대하고 무시하고 착취한다면 그들이야말로 좌파입니다. 예수 당시의 대제사장은 정치 권력자와 부자들 편에 서서 약하고 가난한 백성들을 돕던 예수를 좌파로 몰아서 십자가에 못 박아 참혹하게 죽였습니다.
이런 시대적인 아픔의 내용을 인명진 목사나 서경석 목사나 김철홍 교수가 잘 알 텐데, 저들이 어째서 금수저 편에 서서 움직이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분들이 모두 금수저가 되어서 흙수저를 멸시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전에는 이들이 흙수저를 위하여 많은 도움을 주면서 일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은 흙수저들의 아우성을 듣지 못하고 있는지 정말 답답합니다. 어쩌면 그분들이 금수저에게 많이 얻어먹은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인명진 목사와 서경석 목사는 흙수저들을 위하여 일을 많이 하신 분들입니다. 인명진 목사는 나의 장신대 10년 후배인데 영등포의 흙수저들을 위하여 큰일을 하신 분입니다. 서경석 목사도 내가 새문안교회 전도사 및 부목사 시절에 그곳에서 만났던 서울대 학생이었습니다. 서 목사는 새문안 대학생회를 창립하는 데 앞장을 선 분이고, 본회퍼의 글을 같이 읽으며 정의 편에서 울분을 토하던 분입니다. 흙수저들의 고통에 가슴 아파하던 분입니다. 그런 분이 금수저 편에 서서 대변인 노릇을 하고 있다니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김철홍 교수는 내가 새문안교회에서 부목사로 지내던 시절에 함께 교회를 섬긴 장로님의 아들입니다. 김 교수가 좌편, 우편 하면서 이론을 전개하는 글을 읽으면서, 남한의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민족의 아픔을 깊이 생각한다면 그런 논리로 현실을 진단하면 아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전에 사회주의에 빠진 때가 있었다고 말을 했는데, 그 고백이 젊었을 때에는 흙수저들 편에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던 그가 금수저 쪽에 서면서 그 본래의 마음을 바꿨다고 여겨집니다. 그가 ‘헬조선’을 알기나 하고 체험은 해봤는지?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 ‘5포 세대’(3포+내 집 마련, 인간관계 포기), ‘7포 세대’(5포+꿈, 희망 포기)가 무엇인지 그가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좌익·우익 이념논쟁”을 펼치지 않을 것입니다. 흙수저들과 7포 세대들과 그들을 아파하는 사람들을 좌파로 매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7포 세대를 생각하여야 합니다. 한때 사회주의자였던 김 교수가 그때처럼 흙수저 편에 서 있기를 바랍니다. 김 교수를 만나면 “그 이전에 가졌던 흙수저를 사랑하는 마음 가지고 다시 현실을 직시하여 주세요.”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인 목사님, 서 목사님, 그리고 김 교수님, 부탁합니다. 이제라도 마음을 돌려서 7포 세대들을 돌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헬조선’을 ‘천국조선’으로 바꿔주세요. 금수저 편에 서서 권력을 탐하지 마시고 흙수저 편에 서서 저들의 아픔을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랍니다. 나의 사랑하는 후배 세 분 모두 우리 교계와 대학에서 존경받는 분들이 꼭 돼주세요. 흙수저들을 위하여 남은 생애를 바치시는 분들이 꼭 돼주세요. 간곡하게 부탁합니다.
'아름다운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화 답사기 1. 정동 (0) | 2017.09.01 |
---|---|
버라너커 네핑어 박사가 꼽은 8가지 '골치' 이슈 (0) | 2017.07.25 |
마카누리선교회 제4기 목회자 자녀 무료캠프 (0) | 2017.04.12 |
양떼 커뮤니티와 이요셉 전도사 (0) | 2017.04.12 |
바라볼 언덕도 없이 (0) | 2004.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