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흘렀지만 집행일 장면 잊히지 않아"
사형수 19명 직접 호명해 사형장까지 동행
"사형이 사회적 흥밋거리로 비치면 안돼"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직업이기에 다른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 사형을 집행하는 교도관이 그들이다.
국내에서 마지막 사형이 집행됐던 1997년 12월30일. 당시 서울구치소 기동타격대의 선임이었던 김모(51) 교도관은 명단에 적힌 사형수 네 명을 방으로 찾아가 직접 이름을 부르고 수갑을 채워 사형장까지 동행하는 업무를 맡았다.
`조두순 사건'으로 사형문제가 또다시 사회적 논란거리로 부상한 가운데 김씨가 21일 연합뉴스와 단독으로 만나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사형 집행자가 언론의 인터뷰에 응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날을 잊지 못한다는 김씨는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사형집행은 `법 집행'으로서 경건한 행위"라며 "사형이 사회적 흥밋거리로 비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조건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김씨에 따르면 사형집행이 확정되면 교도소장 등 극소수 간부만 그 전날 알고 나머지 교도관은 집행일 오전 출근하고 나서야 정해진 역할을 배정받는다.
사형장의 쌓인 먼지를 청소하고 전자장치를 점검하는 역할부터 교수형 줄을 목에 거는 사람, 유언을 적는 사람, 집행 버튼을 누르는 사람, 시신을 거두는 사람 등 구치소 한 곳에서 사형을 집행하는데 교도관과 검사, 의사, 종교인 등 40여명이 참여한다.
기동타격대는 구치소 안에서 수용자들의 폭력행위를 제압하는 등 일선에서 수용자들을 관리하기에 사형집행을 할 때도 돌발상황에 대비, 사형장까지 데려가는 역할을 담당한다.
김씨는 "출근해서 갑자기 사형 대상 명단을 받으면 너무 긴장돼 개인적인 고뇌를 할 겨를도 없다"며 "군인이 전쟁터에서 명령에 따르듯 사형집행에 한 치의 실수도 없도록, 훈련받은 대로 충실히 움직였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1995년 11월2일 서울구치소에서 지존파 등 열다섯 명의 사형을 집행할 때도 기동타격대 선임이었기에 사형수가 수용된 방에 찾아가 이름을 부르고 사형장까지 동행한 경험이 있다.
그는 "전통적으로 사형집행 당일은 액운을 집에 가져가지 않으려고 동료와 목욕을 하고 술을 마신 뒤 여관에서 잠을 잔다"며 "종일 긴장했다가 술 마실 때가 돼서야 `왜 하필 나였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괴로운 마음에 서로 위로했다"며 그들만의 애환도 털어놨다.
`사형집행에 참여했다'는 안 좋은 기억을 나누고 싶지 않아 가족에게 이런 사실을 한 번도 말한 적이 없다고 한다.
김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선명해지는 기억이 있다. 12년이 지났지만 사형집행일의 기억은 잊히지 않는다"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떴다. 굳이 떠올리려 하지 않지만 특정 상황이나 장소에서 생각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단다.
사형제 존폐론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교도관의 입장에서 할 말은 없다. 다만 법은 지키라고 있기에 현행법에 사형제가 규정돼 있다면 집행하는 게 옳다는 것이 대다수 교도관의 생각"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우발적이거나 원한에 의한 범행을 저지른 자는 거의 무기수로 감형되기 때문에 현재 5개 교정시설에 수용된 사형수 60명은 대부분 교화 가능성이 없는 사이코패스 형 살인범이라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사형 확정자의 판결문을 읽어보면 왜 사형이 선고됐는지 이해가 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12년 만에 갑자기 사형을 집행하게 된 교도관의 심정은 어떨까.
김씨는 `어느날 출근했는데 또 사형수 명단을 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상상도 하기 싫다"며 고개를 젓더니 "그래도 상부 명령이라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 같은 가정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집행자'가 다음달 개봉을 앞두고 있다. 법무부는 화성직업훈련교도소가 지난 8월 개소하기 전 이곳에서 영화를 촬영하도록 지원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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