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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독립성과 법구속성

ree610 2016. 5. 16. 19:47

검찰의 독립성과 법구속성

오영근 교수 (한양대학교 법과대학)

검찰청법은 검찰의 독립성을 규정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법무부장관의 지휘권을 규정하여 그 한계도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독립성을 지니므로 외부의 정치, 경제, 사회적 영향력으로부터는 물론이요 나아가 검찰의 구성원인 검사 개개인의 세계관, 윤리관, 종교관, 자존심과 같은 내부적 영향력으로부터도 독립해야 한다.

검찰의 독립성이란 다른 말로는 법에의 구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자는 수단이요 후자가 목적이다. 따라서 검찰의 독립성을 정한 규정과 함께 그 한계를 정한 규정도 존중해야 한다. 문제가 있더라도 상명하복관계 규정을 존중하고, 문제가 있더라도 국가보안법을 존중하여 수사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얼마 전 천정배 법무장관의 지휘권행사로 김종빈 검찰총장이 사퇴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판단해보면 천장관의 지휘권행사는 적법하였으므로 김총장이 이를 수용한 것은 당연하고 따라서 사퇴할 이유도 없었다. 강정구교수가 국가보안법위반죄를 범했다고 하더라도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주거부정, 증거인멸, 도망 등의 사유가 없는 한 구속하지 말 것을 규정하고 있다. 구속사유에 관한 규정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동안 유사한 사건에서 무조건 구속하는 관행이 있었다면 그것이 오히려 위법, 부당한 것이다.

천장관의 지휘는 수사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수사하되 불구속수사원칙을 따르라는 것이므로 법원칙에 부합한다. 설사 천장관의 지휘권행사에 정치적 의도가 담겨있다 하여도 그것이 법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검찰총장은 당연히 수용해야 한다. 천장관의 지휘가 문제가 있는 검찰청법 제8조에 근거한 것이어서 부당하다고 한다면, 더 많은 문제가 있는 국가보안법에 근거하여 강교수를 수사하는 것 역시 부당하다는 논리도 있을 수 있다. 천장관의 지휘권행사에 검사들이 반발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존심을 상했다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검찰의 독립성은 검사의 자존심으로부터의 독립성도 포함하고 있다.

이제 검찰총장이 사퇴하고 새로운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명됨에 따라 선배검사나 동기검사들이 검찰을 떠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관행이 법무장관의 지휘권행사 보다 더 심각하게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 승진하지 못했다는 것 혹은 동기나 후배검사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것이 검사의 사퇴이유가 되어서는 안된다.

검사라는 지위는 국민이 부여한 지위이다. 검사 특히 검찰간부들은 하루 아침에 출현한 것이 아니다. 국민들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양성해 낸 것이다. 모든 검사들은 이러한 자신들의 지위를 소중히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잘못된 관행에 따라 사직하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검찰독립을 제약하는 지휘권을 행사한 천장관이 이제부터는 검찰독립의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는 평생검사제의 확립에도 노력해 줄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