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포럼

송별사

ree610 2004. 10. 16. 20:24
변선환 박사 송별사

존경하는 동료 교수님들과 직원들 그리고 친애하는 동문여러분,
사랑하는 감신대, 젊은 예언자적인 지성 여러분.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몸담고 있었던 감리교신학대학을 떠나는 저를 위하여서 성대한 이임 예배를 마련하여 주신데 대하여 감신대 사람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1964년 서양철학사를 강의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현대철학과 현대문학, 조직신학과 감리교 신학을 강의하며 감리교 교역자 양성을 위하여서 힘썼던 곳 감신대.
탁사 최병헌의 종교변증신학을 이어받은 토착화 신학자 해천 윤성범 선생님과 유동식 선생님의 한국적 신학을 오늘의 다원주의 종교해방신학의 파라다임속에서 재형성하려고 하였던 거룩한 곳 감신대.
1988년 가을, 민주화의 거센 소용돌이 속에서 전대협이 대학가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폭풍 거세게 불어 헤치던 그때에 학장직을 받은 이래, 역사의 거친 십자가를 짊어지고 고뇌하며 저항하는 감신대 젊은 예언자들과 열려진 대화를 시도하며 리이벤다 캄프, 사랑하면서의 투쟁을 통하여서 감신대를 굳게 지켜 나아가야 하였던 곳, 감신대.
고독과 사랑의 감정이 교차되는 나날을, 오직 모교의 무궁한 발전만을 꿈꾸면서 먼곳을 바라보자, 먼곳을 바라보자 노래했던 구약학자 김정준 선생님과 음악선생님 박재훈 선생님의 노래 힘입어서 굿굿하게 서서 달려가려고 하였던 잊을수 없는 거룩한 땅, 감신대.
영광스러운 20세기와 함께하여 왔던 100년의 기나긴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최초의 신학대학, 감리교신학대학에 웨슬리 신학의 유산인 경건·학문·실천이라고 하는 세 가지 아름다운 열매가 많이 맺혀지기를 바라면서 기도하며 동료교수들과 총학이 한마음이 되어서 애썼던 거룩한 예언자 동산, 감신대

오늘 저는 이곳을 떠나야 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삶에 있어서 감리교신학대학은 나의 삶의 전부였기 때문에 내 고향 이북은 빼앗기고 내 마음의 고향은 감신대였기 때문에 새삼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괴롭고 고통, 고통스러운 것인가를 저는 실존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허난 인생이란 우리가 사랑으로 관계하였던 모든 것들, 사랑하는 사람들과도 헤어지고 나중에는 이 손도, 이 몸과도 헤어져야 하는 이별과 죽음을 날마다 연습하는 실험, 실험장이 아닙니까?
추풍낙엽처럼 모든 것은 떨어짐 속에, 헤어짐 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그 떨어짐을 밑에서 한없이 부드러운 손으로 받아주시는 주님의 은총과 사랑의 손길이 있기에, 헤어짐 저 너머에 기다리고 계시는 그 분이 계신다는 소망이 있기에, 우리는 넉넉하게 이 어지러운 세상을 이길수 있습니다.

감리교 신학대학은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고 우리 주님, 하나님의 것입니다. 이 예언자의 동산의 주인은 하나님입니다. 감리교신학대학은 교수 학생 직원 동문 모두가 이 대학의 주인이 되는, 청지기 의식으로 뭉쳐져 있는, 대동단결하고 있는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어느 누구도 배제되고 소외될 수 없습니다.
감리교 신학대학은 광야에 소리치고 굽은 길 곧게하는 예언자들이 모인 아릅다운 동산.
어두움을 물리치고 빛과 진리로 해방하는 그 거룩한 사역을 위하여서 가장 독창적이며 창조적인 상상력이 불꽃튀며 오늘과 내일의 선교의 다원화를 모색하여 그리고 그 아름다운 세계를 꿈꾸는 하나님의 선교의 실험장입니다.
한국 개신교가 가장 자랑하는 학문의 전당, 진리의 산실입니다. 그 어느 누구도, 그 어떤 것도, 그 어떤 힘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어머니의 그 거룩한 이름과 그 놀라운 영광을 욕되게 할 수 없습니다.
감리교 신학대학을 보호하고 발전시킨다고 하는 아름다운 이름아래 돈과 정치를 사용한다고 하는 것은 도대체 하늘아래서 용서될 수 없습니다. 그 돈과 그 정치의 힘은 유한하고 무상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건 영원하게 아니예요.

감리교 신학대학을 지켜보고 있는 거룩한 무리들이 있습니다. 거룩한 선교의 증인들이 있습니다. 경건의 화신인 이용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학문의 상징이었던 탁사 최병헌과 정경옥 선생님, 윤성범 선생님, 유동식 선생님이 이 학교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프락시스, 실천의 상징인 3·1운동 민족대표 일곱명이, 한국의 본회퍼로 39세의 젊은 나이에 피를 토하고서 돌아간 전덕기 의로운 목사님이, 상록수, 푸른 소나무, 푸른 상록수 최용신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나를 이방인에서 기독교인으로 개종시키고 나로하여금 신학하는 길에 용감하게 나서게 하였던 내 믿음의 아버지 운재 신석구 목사님이 변선환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 20년동안 교편 생활을 하였던 구약학자 구덕관 박사님이 신임학장이 되었습니다. 이분은 대쪽과 같이 그 뒤가 없는, 간사한 데가 없는 의로운 사람입니다. 구덕관 박사님은 저를 학장으로 추천하고 1988년 4년전, 감리교신학대학 학장 후보를 깨끗하게 사퇴한 분입니다.
이데올로기의 종언이후 새로운 세계질서의 형성을 위하여서 몸부림치는 현대세계와 함께 전환기에 서 있는 감리교신학대학의 빛나는 미래를 열어 나아가기 위하여서 하나님은 새로운 일꾼으로 구덕관 박사님를 학장으로 세웠습니다.

무덥고 길고 길었던 여름이 지나가고 풍성한 결실의 계절, 하늘 높고 말들이 살찌는 가을이 되었습니다. 가을은 우리 모두에게 모든 일에 감사하고 기뻐하며 힘써 기도하라고 가르쳐 주는 축복받은 게절입니다. 구덕관 학장님과 함께하는 감리교신학대학의 새 역사의 앞날에 하나님의 은총이 길이 길이 함께 하시기를 빕니다. 제가 이 학교에서 강의를 시작하였던 1964년 그 이후로 한동안 오랫동안 제가 이사람과 나를 착각하면서 강의하였던 분이 있습니다. 키에르케골이 남겼던 말 가운데에서 한 말씀을 남기는 것으로 제 송별사를 맺으려고 합니다.

"우리가 오늘날 필요한 이는 천재가 아니라 순교자이다. 사람들에게 예수들에게 대한 복종을 가르키기 위하여서 자기를 몸소 죽도록 복종하는 순교자, 순교자. 사람들은 이 순교자를 쳐죽이고 나서야 비로소 자기들이 가장 필료한 이가 바로 이였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순교자, 우리는 순교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92년 10월 변선환 학장이 은퇴기념식에서 행한 송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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