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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정골 고남곤이
- 고은
언제 자고
언제 오줌 싸는지
그저 일에 늘어붙어 떨어질 줄 모른다
옥정골 고남곤이 아저씨
이마에 흉터 하나 번득이며
밭일 끝나면
밭두렁 풀 깎는 일
밭두렁 물러서자마자
산으로 가
푸장나무 대번에 한 짐 해 내려온다
얼굴에 땀 먹어
햇빛에 번득이며
그러나 종일 입 하나는
밥 먹는 것 말고는
열어본 일이 없다
쉬어터졌나
바람 불어도
어 그놈의 바람 시원하다
한마디 없다
도대체 평생 말 몇마디 하고 죽을 것인가
이 사람아 쓰다 달다 해보아
남의 밥 그냥 먹기만 하지 말고
해도
그 고남곤이 아저씨
입으로 말하지 않음은 물론이거니와
눈으로도
속으로도 말없다
하기야 말이란 한번 하기 시작하면
그 말에서 헤어날 줄 모른다
이 마을 저 마을 무덤들이 다 그런 무덤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