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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복음교회 이영훈 선배님께. 학과 후배가 드리는 글. 이영훈 목사님, 인터넷에 공개된 목사님 프로필을 보니 1954년생이시더군요..

ree610 2024. 12. 30. 08:17

순복음교회 이영훈 선배님께. 학과 후배가 드리는 글.

이영훈 목사님,

인터넷에 공개된 목사님 프로필을 보니 1954년생이시더군요. 1970년생인 저보다 16년 위이시니 아마도 대략 연대 신학과 73학번 가량이지 않으실까 생각됩니다. 같은 학과 선배이시니 앞으로
이 글에서는 선배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어제인 2024년 12월 28일 선배님께서
새벽 예배 설교 때 발언하신 내용으로 인해 포털 사이트마다 시끄러웠던 일을 잘 알고 계시겠지요?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들이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총리를 탄핵한 일을 언급하시면서 “이미 본인들이 정권을 잡고 이제는 좌지우지하는 교만에 빠졌는데 회개해야 한다”고 비판하셨더군요.
기사 아래로는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이 ‘역시 개독스럽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확인해 보고 싶으시면 이 링크를 따라 가시면 됩니다: https://v.daum.net/v/20241228212716392 그렇지 않아도 요즘 한국 개신교회의 사회적 평판이 땅에 떨어져서 힘든 상황인데, 선배님께서 교회가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일에 큰 기여를 하시게 된 것 같습니다. 아래에서는 관련하여 선배님께 몇 마디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첫째, 야당에 대한 선배님의 비판은 현재의 내란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과 이해가 결여된 일방적인 비난이라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합니다. 지금까지의 수사결과 발표에 의하면 윤석열은 이미 올해 3월부터 계엄을 준비해 왔고, 국무회의 의결과 공시와 같은 법적 절차도 지키지 않았으며, 극우 유투버들의 허황된 주장에 매몰되어 5천여명의 무장한 군경 병력을 투입하여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라는 헌법기관의 기능을 정지시키려고 하였습니다.
목사님이 설교하기 전날인 27일에 검찰은 내란 주범들이 우원식, 이재명, 한동훈 같은 정치 지도자들을 납치하도록 지시했다는 체포조의 단체대화방(대통령 안보실장이 포함된)까지 공개하였습니다.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은 그 자가 헌법이 정하고 있는 대통령의 의무사항인 헌법재판관 임명을 고의적으로 지연시킴으로써 내란행위를 지속시키려 하고 있었기에 내란행위를 조속히 종식시키기 위해 부득이하게 진행된 일이었을 뿐입니다.
선배님은 내란 주범들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의 비판도 안 하시더니, 내란을 종료시키려는 국민의 대표들을 오히려 비난하고 계신데, 이는 선배님이 사실상 내란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설마 국회에 경고만 하려고 했다는 윤석열의 말을 그대로 믿으시면서, 대통령이 오죽했으면 계엄을 했겠냐는 극우 세력들을 지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세상의 일에 한 마디 보태고 싶으시면, 세상일의 인과관계와 위법사항을 먼저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애쓰시길 바랍니다.

둘째, 지금 선배님이 혼란스러운 세상을 위해 하실 일은 야당을 비방하는 것이 아니고, 윤석열을 도왔던 선배님의 과거를 회개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일입니다. 우리 모두는 후보자 시절 윤석열이 대담하게 손바닥에 王자를 쓴 채 TV 토론회에 나타났던 것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무속논란이 일던 2021년 10월 10일, 선배님은 순복음교회 예배에 참석한 윤석열을 만나 그를 위해 기도해 주심으로써 무속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 주셨죠. 그 전 달인 9월에는 조용기 목사 빈소에 조문한 윤석열을 김장환, 김삼환, 오정현 목사 등과 함께 안수기도 해 주셨구요. 선배님의 그 모든 행위들이 목회적이었다는 핑계는 대지 마십시오.
한국 개신교회의 대형교회들을 대표하는 목회자들이 윤석열에게 안수기도를 해 주는 것은 그 자체로 정치적 메시지라는 것은 자기도 알고, 남도 알고,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일입니다. 한 분 하나님 외에는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말씀을 무시한 채 선배님은 사특한 자가 대통령이 되는 데 기여하셨고, 선배님의 도움을 받아서 대통령이 된 자가 우리 민주공화국의 체제를 전복시키려고 하였고, 지금도 그 일은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선배님의 오류를 회개하고 사죄를 구하기 싫으시거든, 차라리 그냥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사회적 변혁의 상황 가운데 조용히 입을 다물고 계시는 것을 권합니다. 그러면 선배님으로 인해 교회와 그리스도의 이름이 비방 받는 일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것입니다.

셋째, 오랫동안 선배님의 눈에 박혀 있는 들보와 선배님의 시야를 가리는 비늘을 벗겨 달라고 주님께 간구하십시오.
  2023년 5월 18일에 선배님은 전광훈의 자유통일당 당사 개소식에 참석하여서는 “주사파가 들끓고 공산주의로 빨갛게 물들고 가고 있는 이 때에 ... 성령 충만 받아서 십자가의 능력으로 공산주의 주사파를 때려잡”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지요. 그 다음 주 대예배 설교 때 사과인 듯 사과 아닌 사과 같은 변명을 하셨습니다. 전광훈을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공산주의에 대한 평소의 신념을 말했을 뿐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러면서 공산주의를 피해 남하한 집안 이력을 핑계로 대셨습니다. 선배님의 개인적 가정사의 아픔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위 주사파와 공산주의에 대한 비난, 그리고 그들을 척결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한국사회에서 어떤 비극들을 초래해 왔었는지를 돌아보실 때도 되었습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그리고 2024년의 윤석열. 이들은 모두 자신의 정치적 반대파, 다른 말로는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세력들을 공산주의자, 주사파, 종북주의자, 빨갱이로 매도하고는 그들을 제거하려고 해 왔습니다. 기독교인이라 반공주의자라는 단순한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선배님 가정의 개인사에 매몰되어 있지 마십시오. 선배님의 눈과 마음으로부터 공산주의, 빨갱이, 주사파에 대한 증오심을 거둬가 주시고, 혐오와 증오에 기초해서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지 않게 해 달라고, 심지어 우리 가족의 아픈 기억으로부터도 자유로와져서, 민주공화국의 자유와 평등, 시민들 상호간의 연대와 돌봄을 위해 주시는 주님의 사명에 눈을 뜰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십시오. 이데올로기에 찌든 채 살지 마시고, 모든 사람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기초하여 온 세상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다메섹의 바울처럼, 눈을 가로막고 있는 비늘이 떨어질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하십시오.

  마지막으로, 너무 기초적인 것이라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와 강대상을 정치적 선동의 장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모든 개신교회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말씀에 대한 선포와 성례에 대한 올바른 집행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위해 부름 받은 사람입니다.
지난 12월 28일 새벽의 설교에서 선배님은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이와 같은 목회자의 소명을 저버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해야 할 시간에 결국에는 내란 범죄자들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셨습니다.
순복음교회에서 목회하시는 동안 복음과 보수 이데올로기, 예수와 보수 정파의 이익을 혼동하시는 모습을 꽤 자주 보여 오셨던 것을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선배님이 가지고 있는 사회에 대한 낡은 이념들이 곧 복음의 메시지와 동일한 것이라는 착각을 하지 마십시오.
복음은 혐오 메시지를 통해서 드러날 수가 없습니다. 신앙과 혐오를 동일시하지 마십시오. 신구약성서 모두에서 우리 주님은 강자들이 아니라 약자들을 더욱 사랑하시고, 고아와 과부를 위하시며, 억눌린 자들을 자유롭게 하시는 분이시라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목회자는 세상의 모든 연약한 자들과 연대하고 묵묵히 그들의 아픔을 함께 견딤으로써, 그리스도의 사랑을 몸으로 보여줌으로써 세상을 섬기는 것을 그 실천적 과제로 지니고 있습니다. 선배님은 대형교회 목사라는 바로 그 이유로 인해 이러한 목회자의 과제를 실행에 옮기는 데 있어서 더욱 어려운 상황 속에 있다는 것을 더 민감하게 느끼십시오. 그러니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소서’라고 더욱 열심히 기도하십시오.

지금 대한민국 국민의 75%는 윤석열의 조속한 탄핵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날 새벽 목사님 앞에 앉아 있던 성도들도 아마 비슷할 것입니다. 제가 속한 교회가 아니니 그들에게 사과하라고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대신 은퇴까지 남은 시간 동안 정신 바짝 차리고 목회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들이 잠잠히 있던 것은 선배님이 올바른 말을 하셨기 때문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가 자기들의 목회자의 왜곡된 정치적 발언으로 인해 찢기지 않게 하도록 인내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과 사람들을 두려워하는 목회자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름 없는 후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