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 샤갈, 예언자 이사야, 114*146cm, 1968년, 생폴드뱅스(프랑스)
불꽃 날개를 단 천사가 이사야 앞에 떠 있다. 천사는 여성으로 보이지만 전혀 여성스럽지 않은 투박한 손으로 이사야의 입술을 만진다. 하나님의 찾으심에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라고 용감하게 외친 이사야는 무릎을 꿇고 가슴에 오른손을 갖다 대고는 천사 앞에 다소곳이 선다. 그는 이제 자연인이 아니다. 시대를 향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야 한다. 왼손에는 그가 전해야 할 말씀이 쥐어져 있다.
예언자 앞에는 세상이 있고, 그 세상으로 메시아가 오실 것이다. 그는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예루살렘 성에 들어갈 것이고, 거기서 십자가에 매달려 처참하게 죽을 것이다. 구원은 그렇게 전혀 예상하지 않은 방식으로 어느 날 우리에게 주어질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다.
이 믿기 어려운 미래의 현실을 앞서서 선언하는 사람이 예언자다. 예언자의 언어는 시대를 앞서가기에 당대에는 환영받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예언이 실현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후대는 선대의 예언자를 기억해냈다. 그래서 당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외면당하는 것이 예언자의 운명이다.
예언자는 정확히 말하자면 대언자(代言者)다. 자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맡기신 말을 충실하게 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이사야의 입술을 숯불로 지지셨다. 이제는 순전히 하나님의 음성을 전하는데 이 입술을 열어야 한다.
시대의 교회는 모두 예언자다. 우리의 입술을 거룩한 숯불로 지져야 한다!
- 이훈삼 목사 (성남 주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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