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안 목사 퇴임 설교
주께서 쓰시겠다 하라! 마가복음 11장 1-11절
1997년4월 김제동부교회 목사로 부임하여 오늘 설교를 마치고 오랜 시간 준비해 왔던 선교의 일을 위해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하나님 찬양 받으소서!'라는 인사로 제 퇴임을 알리려 합니다.
오늘도 평소처럼 설교자가 아닌 참 예배자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예배당에 나왔습니다.
당연히 김제동부교회 담임목사로서는 마지막 예배 설교를 무엇으로 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환자는 좋은 병원 의사를 만나는 것이 큰 복이요. 학생은 좋은 학교,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이 복이 됩니다.
성도는 교회 잘 만난 복이 가장 큰 복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학교, 선생님, 교회, 환경, 사람들을 만나도 그것을 복 되게 하고 유익하게 만드는 것은 자신의 노력과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똑같은 환경에서 어떤 사람은 원망하고 어떤 사람은 감사합니다. 우리 교회는 타인이 아닌 우리가 좋은 교회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우리 교회가 좋은 교회가 되게 하려면 '하나님이 주인이신 교회'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요즘 사람이 교회의 주인 된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우리는 주님께 쓰임 받는 종이지 내가 주님을 이용하는 사람이 되면 곤란합니다.
1. 행복한 어린 나귀
성경에 등장하는 동물 가운데 가장 행복한 동물은 어떤 동물이었을까요? 저는 오늘 말씀에 등장하는 어린 나귀가 그 주인공이라 생각합니다.
그 나귀는 시골 어느 문 앞에 매어 있는 아무도 사람을 태워본 일이 없는 어린 나귀였습니다. 그런데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그 나귀를 일방적으로 끌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주인이 제자들에게 이유를 물으면 “주님께서 쓰시겠다.” 그렇게 그 나귀는 예수님을 등에 태우고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들의 겉옷을 길에 폈고,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호산나” 소리치며 평화의 왕으로 오시는 메시아를 환영했습니다. 마치 개선 장군과 같았습니다.
어린 나귀가 주님을 등에 태운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린 나귀는 곧 잊어졌습니다. 주인공은 나귀가 아니라 주님이셨기 때문입니다.
나귀는 뜻밖에 선택되었고, 그의 임무를 완수함으로써 사명을 다 한 것입니다. 그 나귀가 박수 치고 환영하는 군중들이 자신을 환영하는 것으로 착각한다면 대단히 어리석다고 말할 것입니다.
25년의 김제동부교회 담임 목사직을 마무리하면서 저는 그 어린 나귀와 같은 존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어린 나귀처럼 보잘 것 없는 존재에 불과하지만, 주님께서 써 주셨습니다.
이 사실에 대하여 저는 하나님께 무한한 감사와 영광과 찬양을 드리며 그동안 동행하신 성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 하나님이 주인 되시는 교회.
예수님이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실 때 주님을 위해 어린 나귀가 쓰임 받게 된 것은 나귀의 존재가 위대하거나 뛰어나서가 아닙니다.
나귀가 꼭 기억할 일은 자신이 아닌 주님이 주인공이란 사실입니다. 황송하게도 오늘날 한국교회는 예수님이 아닌 나귀가 주인 노릇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종교개혁의 중요 주제는 사람이 아닌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었습니다. 중세교회가 사람의 영광을 나타내는 일이 도를 넘었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직책은 명예나 계급이 아닌 섬김의 이름으로 주신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씀 중에 누가복음 17장 9~10절에 “명한 대로 하였다고 종에게 사례하겠느냐 이와 같이 너희도 명령 받은 것을 다 행한 후에 이르기를 우리는 무익한 종이라 우리의 하여야 할 일을 한 것 뿐이라 할지니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종이 명령한 데로 일했다고 사례하지 않는다. 우리는 무익한 종이다. 마땅히 할 일을 한 것이다.’ 정신이 참 교회의 정신이어야 합니다. 교회가 사회를 이끌어 가려면 사회보다 더 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앞서 가야 합니다.
그런데 세상은 점점 민주화 되고 첨단화 되어 가는데 교회는 점점 더 봉건주의화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목사와 장로, 항존직이 십자가를 지는 일이 되지 않고 면류관이 쓰는 일로 변질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오늘 날 우리 한국교회가 이렇게 힘을 잃고 무너져가고 있는 가장 중요한 까닭 중에 하나는 교회의 목적이 변질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교회는, 하나님이 주인이요 따라서 교회는 사람을 기쁘게 하는 곳이 아니라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려고 힘쓰면 영광은 그 후 따라옵니다.
우리는 무익한 종이요 주님께 당연하게 할 일을 한다는 종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제가 퇴임식을 사양한 이유가 저는 무익한 종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바울사도는 자신이 복음을 전하는 일을 당연히 할 일이요 만약에 복음을 전하지 않으면 내게 화가 있을 것이라 고 고백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살고 계시는 세상의 왕 같은 제사장이 되어 세상을 교회되게 하여 세상을 하나님 나라가 되게 해야 합니다.
목사만 주의 종 아닙니다. 목회만 성직 아닙니다. 모든 직업이 다 성직입니다. 여러분 교회에 충성하십시오. 그리고 여러분의 가정, 여러분의 직장, 여러분의 사업, 여러분이 하시는 세상에서의 모든 일에 충성하십시오.
왕 같은 제사장이 되어 세상의 주인이 하나님이심을 고백 하십시오. 여러분의 가정과 직장과 사업과 일의 주인이 하나님이심을 고백하십시오.
믿음은 하나님이 주인이심을 고백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매사에 하나님을 인정하고 그 어느 곳에서도 스스로 주인 되려 하지 마십시오. 그리하면 교회도 가정도 직장도 사업도 자식도 다 반석 위에 세운 교회 같아 질 것입니다.
교회의 목적은 교회가 아닙니다. 변화산에 초막 짓는 것이 교회의 목표가 아니라 능력을 체험하고 세상으로 내려가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교회의 목적은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세상입니다. 하나님은 교회를 위하여 세상을 창조하신 것이 아니라 세상을 위하여 교회를 창조하셨습니다.
지금도 “주께서 쓰시겠다!”며 우리를 부르십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주님께서 나를 사용하시기 원한다는 소명감을 가지고 자신의 위치에서 주님께 헌신하는 정신으로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오직 주님 만을 태우고 묵묵히, 겸손히 고난의 길에 참여하는 행복한 나귀들이 되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젊은 시절에 나는 낙엽이 지는 것을 볼 때마다 허망함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노년에 접어들면서 나는, 낙엽이 행복하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낙엽은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도록 나뭇잎으로서 맡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추운 겨울이 지나면, 낙엽이 진 자리에는 어김없이 새싹들이 돋아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나는 동부교회라는 나무를 떠나는 행복한 낙엽입니다.
내가 떠난 자리에서 더 많고 아름다운 새싹들이 움트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저의 사임 소식에 앞길을 염려해주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동안 10여년 틈틈이 준비해온 선교 사역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동부교회 담임목사에서 물러나지만, 목사로서 사역을 은퇴한 것은 아닙니다.
저의 삶이 허락되는 동안 주님 뜻을 더욱 바르게 깨닫고 온 세계 선교지를 방문 케어하며 돕는 일을 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도 어린 나귀처럼 계속 주님 만을 등에 태우고 걸어가겠습니다.
여러분 또한 그러하기를 기대합니다. 사랑하는 김제동부교회 교우 여러분 예수 잘 믿는 사람들이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동부교회 목회를 마치면서
25년의 부름 받은 기간 동안 담임목사로서의 직분을 무사히 마치게 됨을 먼저 하나님께 그리고 교우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저는 사역의 햇수가 거듭할수록 성도들의 사랑에 비해 저의 미충 함으로 인해 송구함을 넘어 늘 죄송한 마음이 무거운 돌을 가슴에 안고 사는 사람 같았습니다.
그래서 성도님들을 대할 떼. 늘 죄인 같은 마음이었고 죄송하기만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사랑해 주시고 여기까지 일하게 해 주신 하나님과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개인의 심정으로는 윤동주 시인이 노래하였듯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랐는데, 그렇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움의 키가 너무 커버렸고 지나간 모든 시간들이 후회로 얼룩져 있습니다.
특별히 저의 부족한 언어나 미성숙한 행동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분들에게는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널리 용서를 구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1997년 4월부터 동부교회의 목회자로 있었던 지난 25년은 제 인생에 황금기 기간이었습니다.
희노애락을 같이해온 지난 시간들이 저의 불충으로 아쉽고 부끄러워 모든 교우님들을 일일이 찾아뵙고 사죄와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마땅하지만,
이렇게 글로나마 그동안 구역 차량, 찬양대, 지휘와 반주, 식당봉사, 방송, 재정부의 신실한 헌신 등 여러 직책에서 말없이 봉사하시고
특히 교회학교 교사들의 헌신과 언제나 변함없이 성전 청소, 매주 강단 장식 등을 맡아 헌신하신 분들, 한사람 한사람 모든 교우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큰 절을 올립니다.
아무리 훌륭한 사역자라도 결코 혼자서 업적을 남길 수 없습니다. 사역 기간 한결 같은 마음으로 교회의 궂은 일을 맡아 헌신하여 오신 잊지 못할 3분 장로님과 원로 및 은퇴 장로님들,
부목사님과 권사님 집사님들의 기둥 같은 헌신이 있었기에 교회 공동체가 움직여 왔습니다. 부디 모두 영육간에 건강하십시오.
김제지역 가장 오래된 교회의 전통을 가진 동부교회가 새로 부임하시는 목사님과 함께 신앙의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끝으로 홀로 계시는 어머님, 미국에 거주함으로 자주 뵙지 못했던 장인 어른, 그리고 5형제 목회자 가정의 장남으로 그 역할이 부족해 늘 부담스러운 짐이었는데
앞으로 그 역할도 잘 할 수 있기를 바라고 고락을 같이 했던 아내와 자녀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미안함과 감사를 표합니다.
이후 저의 사역에 관련하여 말씀드린다면, 그간 제 책임을 다하지 못했던 교회와 사회적 소임을 반성하는 마음으로 더 열심히 주님과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주님의 기쁨이 되는 일을 찾고 만들어 봉사하고자 합니다.
현재 제가 맡고 있는 직책으로는 (사)더플랜터코리아(NGO) (사)월드나눔운동, 세계평화재단(WPCF) 등등에서 일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은 제가 은퇴 연령에 도달하지 않았기에 김제노회 소속 목사로 봉사할 계획입니다. 제가 하나님 앞에 빚진 자로 이 빚을 갚기 위해 얼마 동안이 될는지는 모르지만
남은 생애 세계의 어려운 나라를 찾아가 돕는 일과 국가의 발전과 평화 통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일들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10여 년 동안 준비하며 다져온 선교 단체의 일들을 열심히 하며
이곳에서 못한 소임을 다하려 합니다. 동부가족 여러분!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주 안에서 강건하시기를 기도합니다.
회고의 시
반성과 참회만 남은
김제동부교회 25년 세월
전주 IC에서 생소한 비포장 시골길
애통리에서도 10여분
그땐 진관마을이 멀게 만 느껴졌는데
하늘과 땅이 맞다은
가슴 넓은 김제평야를 앞 마당 삼아
한 믿음의 사람들과
미운정, 고운정 겹겹이 피부처럼 되었는데.
젊음으로 찾아왔던 김제 땅에서
희노애락 주고받은 세월에
어느새 주름살 골이 깊어 졌습니다.
큰 사랑 등에 지고 떠나려하니
목도, 눈도 맵고 가슴은 먹먹하여
안개비만 내립니다.
어찌합니까?
지난 세월 추억하면 부끄러움만 떠오르니
고개 숙여 거듭 거듭 사죄하옵고
어디로 간들 당신들을 어찌 잊을 수 있겠오?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나를
김제동부교회 사람이라 불렀고
자동차 네비게이션에 우리 집은 수년 동안
백학3길 53번지였으니
부디 부족한 우리 가족
김제동부 사람으로 기억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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