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정년을 앞두고 재직 25년의 결정체로써 저서를 출판했습니다. <<연세 정신, 연세인 리더>>(연세대학교 출판문화원, 2025.1.5.)가 그것입니다. 3교를 했음에도 오탈자가 없지 않아 부끄럽지만, 감히 출판했음을 여러분에게 공지합니다.
연세대학교는 1885년 4월 10일 개원한 광혜원으로부터 시작된 대한민국 최초의 대학으로서 기독교적 정체성 위에서 세상을 이끌며 섬기는 인재를 양성하고자 모든 열정을 다하고 있습니다. 연세대학교는 그동안의 이름들, 광혜원, 제중원, 세브란스, 조선, 연희 등을 거쳐 드디어 1957년 1월 5일 연세라는 이름으로 정착했습니다.
140년의 역사 속에 등장하는 각각의 이름들 안에 연세의 고유한 정신이 담겨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연세대학교의 교훈은 ‘진리와 자유’입니다. 진리는 사랑과 정의와 평화의 ‘하나님의 나라’를 기준으로 삼는 정신이고, 자유는 어떤 고정된 틀에 갇히지 않는 열린 정신입니다. 연세대학교는 국학의 산실로서 한글 발전에 크게 공헌한 대표적인 대학입니다.
한글의 천지인(天地人) 원리를 토대로 하늘의 하나님을 창조의 주인으로 인정하는 정신, 땅의 생태 환경을 책임있게 관리하는 정신,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존엄한 인간 이웃과 더불어 사는 정신을 추구합니다.
연세대학교의 상징은 독수리입니다. 독수리가 지닌 특성은 연세의 젊은이들이 추구해야 할 정신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결국 연세가 창립자와 선각자들의 삶을 직시하며 지향하는 정신은 소명의 정신, 창의적인 개척정신, 보편적 돌봄의 정신, 아낌없는 나눔의 정신, 상생의 협력 정신 등으로 수렴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진정한 연세인이 되려면, 연세 정신을 체화시켜 연세인답게 살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세상에 기쁨과 희망을 주기 위한 연세인 리더는 어떤 리더로 되어야 할까요. 연세인 리더는 예수의 마음을 담아야 합니다. 진리의 마음, 사랑의 마음, 포용의 마음, 겸손의 마음으로 사는 리더입니다. 연세인 리더는 사회적인 약자들에게 우선적인 관심을 주어야 합니다.
상위 1% 특권층의 삶을 지향하기보다 하위 50% 이상의 사회적 약자들을 지향하며 ‘잘 먹고 잘살기’가 아닌 ‘바르게 잘살기’에 집중하며 사는 리더입니다. 연세인 리더는 다원화된 세계에서 상호인정하며 시너지를 창출해야 합니다. 차이로 인한 문화적 갈등, 정치 경제적 갈등, 종교적 갈등 등 갈등의 세상에서 다름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다름이야말로 풍성하게 살 수 있는 조건으로 인정하며, 마음을 열어 소통하는 가운데 공익과 보편적 선을 위해서 협력하면서 사는 리더입니다. 연세인 리더는 선한 사마리아 사람이 되어 사랑의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너의 것은 나의 것이다.”라는 강도의 폭력적인 철학과 “나의 것은 나의 것이다.”라는 제사장과 레위인의 이기적인 철학을 뒤로하고, “나의 것은 너의 것이다”라 는 사마리아 사람의 이타적인 철학을 견지하며 사는 리더입니다. 연세인 리더는 폭력이 일상화된 세상을 거부하고 평화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선에는 선으로, 악에는 악으로 응답하는 ‘인간의 자식’과 선조차 악으로 응답하는 ‘악마의 자식’, 그리고 악조차 선으로 응답하는 ‘하나님의 자식’을 직시하며, 예수가 보여준 ‘하나님의 자식’의 길을 따라서 평화를 만들며 사는 리더입니다.
연세인 리더는 환경 위기 앞에서 생태 덕목을 실천해야 합니다. 미래세대와 창조 세계가 살만한 환경에서 더불어 살 권리를 보증하고, 정의감, 지속성, 충만성, 검약성, 자족성, 겸손, 연대의식 등을 실천하면서 사는 리더입니다.
독자들은 이 책에 기술된 연세대학교 설립자들(알렌, 언더우드, 에비슨)과 선각자들(박서양, 윤동주, 이한열)의 삶의 여정을 통해서 140년의 역사를 이어온 연세대학교의 과거가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등을 통해서 연세대학교의 현재가 어떠한지를 감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연세 정신으로 체화된 연세인 리더들을 통해서 연세대학교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지를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세대학교는 연세인들의 연세대학교인 것이 맞지만, 연세인들만의 것일 수는 없습니다. 연세대학교는 분단으로 야기된 국가와 민족의 모든 문제와 씨름하는 국가와 민족의 공유물이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연세대학교는 세계로부터 사랑의 빚을 졌음을 기억하고, 세계와 인류를 사랑으로 섬기기로 작정한 세계 인류의 희망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 역시 연세인만의 책이 아니라, 모든 독자가 마음을 열기만 하면, 감동과 도전을 크게 받을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 정종훈 목사 (연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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