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기고] 탄핵 이후의 길
국회의 대통령 탄핵 소추가 이뤄졌다. 국민이 강한 나라임을 다시 입증했다. 국회 표결에서 국민의힘 이탈은 12표에 불과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담화로 맞섰다. 헌법재판관 3명의 빠른 임명, 빠른 탄핵 심판이 이뤄져야 한다. 수사는 박차를 가해야 한다. 탄핵을 빨리 마무리지어야 나라가 안정된다.
불법 계엄은 국민에게는 좌절과 분노, 국가에는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주식시장에서는 며칠 만에 144조 원이 증발했다. 미국 패싱은 한·미 동맹에도 타격을 입혔다. 내년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빨간불이 켜졌다. 각국은 한국을 여행 위험국으로 지정하기 시작했다. 환율은 1430원대를 넘어서고, 국가신용등급은 하락할 우려가 있다. 산업화 민주화를 이룬 세계 10위 국가를 제3세계 수준으로 폭락시킨 대참사다. 민주주의, 민생경제, 안보 평화에 상처를 입혔고, 극복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따를 것이다.
불법 계엄과 탄핵은 대한민국 재설계 과제를 남겼다.
첫째, 불법 계엄이 없는 나라 만들기. 헌법 제77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전시, 사변 또는 국가 비상사태 시 계엄을 선포할 수 있으며, 국회는 해제할 권한을 가진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대통령은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해 계엄 해제를 막으려 했다. 국회가 해제를 의결했음에도 발표가 몇 시간 지연되었다. 국민은 계엄 해제 후에도 제2의 계엄을 두려워했다. 국지전 유도의 두려움도 있었는데, 국군 통수권은 여전히 대통령에게 있었다. ‘불법 계엄 없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제한되는 나라. 국회 통과 법률에 대해 25번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했다. 김건희 특검법처럼 국민의 70% 이상이 동의하는 법안, 대통령 가족 문제를 다루는 법안까지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사라져야 한다. 프랑스처럼 대통령이 주요 법안을 직접 거부하지 않고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요청하거나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는 제도를 연구해 보자.
프랑스는 2010년 퇴직을 60세에서 62세로 높이는 법률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2015년 정보법으로 국가 안보를 위해 통신 감청할 수 있는 법안은 일부 위헌으로 판결 났다. 정권 방어용으로 거부권을 남용하지 않도록 제한해야 한다. 국회가 위헌적인 법률을 자체적으로 거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여야가 정치적 타협을 찾는 정치 복원이 가장 기본이다.
셋째, 최고 인재가 일하는 나라. 내란 핵심 책임자들을 보면 국방부 장관, 방첩사령관 등 특정 학교 출신이 많다. 인사 시스템 문제다. 최고 인재를 발탁하지 않으면 나라는 무너진다. 망신주기 인사청문회도 끝내고, 백지신탁 제도도 고쳐야 민간의 인재를 발탁할 수 있다.
넷째, 공직자가 소신껏 일하는 나라.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이 이루어졌다. 초유의 일이다. 정치 감사로 공직자의 정책을 감사하고 검찰에 고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공직자는 자기 보호를 위해 상급자 지시를 녹음까지 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정책 감사를 없애야 소신껏 일할 수 있다. 검찰로 고발하면 대체로 배임죄, 직권남용, 직무유기다. 배임죄, 직권남용, 직무유기의 전면 손질이 필요하다. 특히 배임죄는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다섯째, 국민 노릇 하기 힘든 나라 끝내기. 탄핵은 국민이 선택하는 강력한 카드이다. 촛불을 언제까지 들어야 하나? ‘국민 노릇 하기 참 힘들다’라는 말이 귓가에서 떠나질 않는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그런데 국민의 뜻대로 안 한다. 국민의 3분의 2가 요구해도 안 한다. 부글부글 끓는다. 한번 선출되면 일을 안 해도 방법이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주요 현안이 있으면 선거 때마다 국민이 정책 투표로 결정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소비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정치는 서비스업이자 유통업이다. 국민이 원하는 정책이 시기에 맞게 반영되어야 갈등은 줄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탄핵 집회 현장에는 모든 세대가 함께했다. 젊은이의 집회는 놀라웠다. 세대 차이! 소주, 맥주 같다고 할까? 현장은 ‘소맥’처럼 강렬했다. ‘서울의 봄’, ‘소년이 온다’ 등 문화가 함께 했다. 문화와 젊은 세대가 역사의 전면에 나섰다. 그들이 마음껏 뛰는 나라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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