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시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

ree610 2024. 12. 4. 10:44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 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트지 않은 뒷골목 어딘가
발자욱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