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이야기
- 장진숙
절절 끓는 윗방에서
어머니 모처럼 숙모들과 둘러앉아
도란도란 민화투 치던 밤
댓돌엔 싸락싸락
싸락눈이 쌓이고
청단 홍단 비약 초약……
흥겹고 소란한 군용담요 곁에서
동갑내기 사촌 정숙이랑
이제나저제나
자울자울 졸다 깨다
화투판 끝나기만 기다렸는데
태영이네 점방 달달하고 고소한
젤리랑 오꼬시랑 샘베과자랑
고대하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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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런수런 비질 소리
바람벽을 흔드는 시래기국 냄새에
화들짝 눈을 뜨니
시린 햇살 성큼 창호 문을 열어젖히던
문고리 쩍쩍 달라붙던
여섯 살적
그 겨울 아침
두 다리 뻗대며 나는 울었지
내 과자! 내 과자! 소리치며 울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