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시

바닷가에서 -이해인- 오늘은 맨발로 바닷가를 거닐었습니다 철석이는 파도 소리가 한 번은 하느님의 통곡으로 한 번은 당신의 울음으로

ree610 2024. 10. 16. 08:37

[바닷가에서]

-이해인-

오늘은 맨발로
바닷가를 거닐었습니다
철석이는 파도 소리가
한 번은 하느님의 통곡으로
한 번은 당신의 울음으로
들렸습니다

삶이 피곤하고 기댈 대가 없는 섬이라고
우리가 한 번씩 푸념할 적마다
쓸쓸함의 해초도
더 깊이 자라는 걸 보았습니다

밀물이 들어오며 하는 말 감당 못할 열정으로
삶을 끌어안아 보십시오
썰물이 나가면서 하는 말 놓아 버릴 욕심들을
미루지 말고 버리십시오

바다가 모래 위에 엎질러 놓은
많은 말을 다 전할 순 없어도
마음에 출렁이는 푸른 그리움을
당신께 선물로 드릴게요

언젠가는 우리 모두 슬픔이 없는
바닷가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로 춤추는
물새로 만나는 꿈을 꾸며
큰 바다를 번쩍 들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