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시

봄, 여름, 가을, 겨울 -이경임- 새가 날아갈 때 당신의 숲이 흔들린다 노래하듯이 새를 기다리며 봄이 지나가고 벌서듯이 새를 기다리며..

ree610 2024. 8. 21. 07:42

[봄, 여름, 가을, 겨울]

-이경임-

새가 날아갈 때 당신의 숲이 흔들린다

노래하듯이 새를 기다리며 봄이 지나가고
벌서듯이 새를 기다리며 여름이 지나가고

새가 오지 않자
새를 잊은 척 기다리며 가을이 지나가고

그래도 새가 오지 않자
기도하듯이 새를 기다리며
겨울이 지나간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무수히 지나가고

영영 새가 오지 않을 것 같자
당신은 얼음 알갱이들을 달고
이따금씩 빛난다

겨울 저녁이었고 당신의 숲은
은밀하게 비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