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병상련]
-오인태-
꽃 지는 날보다
꽃 피는 날이 더 쓸쓸했던 날이 있었다
눈 뜬 어둠, 사방에서
꽃들이 소리 없이 펑펑 터질 때
나도 쓸쓸해서 숨죽여 울던 날이 있었다
꽃들이 너무 쓸쓸해서 피는 것이라 생각했다
꽃 피는 날보다
꽃 지는 날이 더 쓸쓸했던 날이 있었다
세상의 모든 시선이 일제히 돌아서고
꽃들이 아직 붉은 제 몸을 서둘러 지울 때
나도 쓸쓸해서 무릎에 고개를 묻은 날이 있었다
꽃들이 너무 쓸쓸해서 스스로 목, 숨을 거두는 것이라 생각했다
꽃이 피어도 쓸쓸하고
꽃이 져도 쓸쓸했던 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