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시

그래도 꽃은 핀다

ree610 2024. 2. 2. 08:01

[그래도 꽃은 핀다]

- 이문주 -

오래전부터 절망을 안고 살아 왔기에
다시 절망으로 간다고 해도 두려운 것은 없다
언제 아프지 않았던 날이 있었던가
좋은 날도 슬픈 날도 부딪치면 부서지고 아파했다.
이제 절망은 새로운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늘 그 정도의 아픔은 간직하고 있었지만
내일을 가로막은 적은 없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날을 괴로워하고
외로움에 힘들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보다 더한 고통이 나를 무너뜨린다 해도
내일은 언제나 새로운 것이다.
나에게 나의 영혼을 책임질 누군가 있다면
투명한 얼음 밑에 가라앉아 있는
물위로 솟구치고 싶은 욕망을 가르치겠지만
어차피 혼자라는 것 때문에
미련 같은 기다림에 목매지는 않을 것이다.
나를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수렁에 빠진 나를 건져 달라고 할 수 없다.
지금은 오직 변화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인연을 만나기전에 아픔을 버려야 한다.
인연에게 가슴앓이 시킨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용서 받기 어려운 일이다.
그때는 모든 것에서 헤어지기를 바랐지만
언제부터인가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오늘도 절망이고 내일도 절망이겠지만
벼랑 끝에 피어난 꽃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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