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저주받은 이들이여, 일어서라!"
ㅡ 김민웅 (전 경희대 교수/촛불행동 상임대표)
『대지의 저주받은 이들』은 프란츠 파농(Franz Fanon)의 저작이다. 파농은 프랑스 식민지였던 카리브해 마르티니크 출신으로 훗날 알제리 독립투쟁에 나서서 아프리카의 주체성을 세우는 일에 진력한 혁명가다.
그는 또한 정신과 의사로서 무엇보다도 식민지 체제가 식민지 주민들에게 어떤 정신적 외상을 입혀 그 의식을 망가뜨리는지,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풀어내기 위해 ‘식민지의 정신구조’를 해부해 나갔다.
파농의 『검은 피부, 흰 가면』은 그런 분석의 총화다. 흑인이면서 백인의 미학적 기준에 맞춰 인간의 외모를 바라보고 평가한다든지 또는 백인을 닮아가야 인종적 열등감을 해결할 수 있다고 여기는 사회심리적 현실을 파헤친 저작이다. 이른바 “탈식민지 담론”의 고전적 논리를 세웠다.
파농의 논점은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일제 시대에는 일본을, 이후에는 미국을 쫓아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고자 했던 과정은 식민지 주민의 슬픈 자화상이다.
- 인터내셔날의 함성
그런데 파농의 "대지의 저주받은 이들"이라는 책의 제목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그건 세계 노동운동사의 고전이 된 노래 “인터내셔날(Internationale)”의 가사 한 줄에서 따온 것이다. 이 노래는 프랑스 혁명 과정에서 등장했던 1871년 ‘파리코뮌(Paris Commune)’이 패배한 뒤, 코뮌에 참여했던 유진 에딘느 포티에(Eugène Edine Pottier)가 지은 가사로 만들어졌으며, 가장 많은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되었다.
우리의 경우에는 한때 금지된 노래였기에 그 가사 번역이 원문 그대로 되기 어려웠다.
1절의 가사는 이렇게 되어 있다.
“대지의 저주받은 이들이여, 일어서라. 굶주림으로 허덕이는 죄수들이여, 일어서라. 이성은 이제 활화산의 분화구에서 터져 나오리니, 그것 마지막 파열이다. 지나간 낡은 세계를 깨끗이 쓸어버리자. 노예가 된 대중들이여, 일어서라, 일어서라. 온 세계가 밑바닥부터 변화하리니, 우리는 지금 아무 것도 아닌 존재처럼 되어 있으나, 모두 온전해지자.”
“Debout les damnés de la terre. Debout les forçats de la faim. La raison tonne en son cratère, C'est l'éruption de la fin. Du passé, faisons table rase, Foule esclave, debout debout. Le monde va changer de base. Nous ne sommes rien, soyons tout.”
그리고 후렴구는 이렇게 되어 있다.
“마지막 싸움이다. 우리 모두 함께 뭉치자.
내일 이 인터내셔날은 온 인류가 되리니. 마지막 싸움이다.
우리 모두 함께 뭉치자. 내일, 이 인터내셔날은 온 인류가 되리니.”
“C'est la lutte finale, Groupons-nous, et demain. L'Internationale, Sera le genre humain. C'est la lutte finale, Groupons-nous, et demain. L'Internationale, Sera le genre humain.”
1864년 영국 런던에서 창립된 세계 최초의 국제노동자 조직 “(제1) 인터내셔날”을 기리면서 ‘제2 인터내셔날’에서 불려진 것이 이 노래의 역사적 기원이다.
세계적 투쟁가요로는 이탈리아 반(反)파시스트 투쟁에서 나온 파르티잔의“오 벨라 차오(O Bella Ciao)”와 함께 ‘인터내셔날’은 인류적 해방가로 불려져 왔다. 따라서“내일, 이 인터내셔날은 온 인류가 되리니.”라는 가사는 그런 의미가 된다.
노래 ‘인터내셔날’에서 “이성(la raison)”이 분화구에서 분출되는 대목은 이성의 반격과 봉기, 즉 혁명을 뜻한다. 지배계급이 장악한 이념, 사고, 의식을 깨고 명징한 생각과 확고한 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인간적 주체성을 일으켜 세우자는 것이다. 힘과 재물을 거머쥔 자들에게 저주받아 모멸당하고 짓밟히고 내쫓기고 버려지는 세상은 이제 끝장내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노래는 이제 거의 잊혀진 박물관의 유물처럼 되어버렸다. 혁명가 체 게바라조차 자본주의의 아이콘으로 소비되는 세상에서‘인터내셔날’은 까마득한 옛날의 전설이다. 그러나 존엄한 인간을 노예로 만들고 억누르고 지배체제의 죄수처럼 만들어 옴싹달싹하지 못하게 만드는 세상이 존재하는 한, 이 노래는 여전한 보편성과 혁명적 동력을 뿜어낸다. 물론 이제 이 노래를 어디서나 다시 불러보자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 담긴 혁명적 투쟁의 기세를 다시 온몸으로 끌어모아 낡은 세계를 철저하게 파괴하고 새로운 세상을 세우자는 것이다.
- 토요일 우리는....
기가 질릴 정도로 보잘 것 없는 자가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되어 매일 나라를 도처에서 망가뜨리고 있다.
이 자를 옹위하면서 제 욕심들을 차리느라 국민들을 마구 짓밟고 하염없이 능멸하는 온갖 세력들의 만행 또한 매일 저질러 지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족들에 대한 윤석열 정권과 여당 국민의힘의 패륜 테러는 물론이고 이들은 이제 급기야는 민노총까지 공안정국의 사냥물로 겨냥해 쑥대밭처럼 들쑤시고 있다.
대자본의 이익은 철통방어이고 공적 영역은 무너진 채 강자의 지배가 관철되는 시장의 논리로 모든 것들이 휩쓸려가면서 가난한 이들은 오갈 데 없어지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마을마다 있는 작은 도서관들도 모조리 멸절시키려 들고 있다. 자신들을 비판할 시민 지성에 대한 대대적 공세다. 노동시간은 늘고 노동강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으며 교육마저 대자본의 도구로 인간을 주문 제작해야 한다는 강압에 억눌리고 있다. 더군다나 한반도 평화는 그야말로 하루하루 풍전등화(風前燈火)다.
이런 현실 앞에서 우리는 아무 힘도 없는 무기력한 존재처럼 지낼 수 없다. 기필고 온전해져야 한다.
이 추악하고 패악질을 벌이는 권력에 짓눌린 채 저주받은 삶을 살아갈 수는 없다.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Du passé, faisons table rase. 낡은 세계를 깨끗이 쓸어버려야 한다.
Le monde va changer de base. 세계는 밑바닥에서부터 근본적으로 변화하리라
C'est la lutte finale, 마지막 싸움이다.
Groupons-nous, 우리 모두 함께 뭉치자.
et demain. L'Internationale, Sera le genre humain. 내일, 지금 이 노래를 부르는 우리는 인간(인류)이 될 것이다.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Groupons-nous! (그르흐뽕 누!) 우리 모두 함께 뭉치자! 단결한 민중만이 승리한다. ‘대지의 저주’는 사라질 것이며 세계는 마침내 우리 것이 되리니.
토요일, 우리는 존엄한 인간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민들레 http://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380
'모리아 > 현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송 장악, 이제 대통령실이 직접 나설 때인가? (0) | 2023.02.02 |
---|---|
대통령의 실언, 탄핵혀! (1) | 2023.01.30 |
아버지는 노숙인 (0) | 2023.01.16 |
더탐사 강진구 최영민 기자, 구속영장 청구 규탄 기자회견문 (0) | 2022.12.29 |
한국 기독교 5대 뉴스 (0) | 2022.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