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길

그 한 사람

ree610 2022. 9. 27. 21:30

그 한 사람

 

 

     박노해

 

 

     가을 나무 사이를 걸으며

     먼 길 달려온 바람의 말을 듣는다 

 

     정말로 불행한 인생은 이것이라고 

 

     좋고 나쁜 인생길에서 내내

     나를 지켜봐 주는 이가 없다는 느낌

     내게 귀 기울이는 이가 없다는 느낌 

 

     내가 길을 잃고 헤맬 때나

     길을 잘못 들어서 쓰러질 때에도

     한결같이 나를 믿어주는 이가 없다는 느낌

 

     내가 고난과 시련을 뚫고 나와

     상처 난 몸으로 돌아갈 때에도

     아무도 나를 기다리는 이가 없다는 느낌 

 

     내가 빛나는 자리에서나

     내가 암울한 처지에서나

     내가 들뜨거나 비틀거릴 때나 

 

     나 여기 있다, 너 어디에 있느냐

     만년설산 같은 믿음의 눈동자로

     지켜봐 주는 그 한 사람

 

     내 인생의 그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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