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부부 사랑

ree610 2021. 6. 26. 12:51

사랑(부부, 시인 나태주)

‘풀꽃’이란 시(詩)로 꽤 널리 알려진 '나태주'라는 詩人이 있다. 그는 시골 초등학교 교장으로 은퇴하신 분답게 중절모가 잘 어울리는 시골 할아버지다.
나태주 시인이 쓴 시(詩) 중 최근에 알게 된 詩가 하나 있다. 병원(病院) 중환자실에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을 만큼 중병을 앓고 있을 때, 곁에서 간호하는 아내가 안쓰러워 썼다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라는 제목의 詩다.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느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病)과
함께 약(藥)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평
채전 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느님!
저의 아내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시인의 시는 아내를 위한 간절한 마음이 절절이 묻어난다.
이 시에 응답해 그의 아내는 아래의 시를 썼다.
어찌 보면 남편의 시보다 더 간절한 기도처럼 보인다.

남편의 병상(病床)밑에서
잠을 청하며 사랑의 낮은 자리를
깨우쳐주신 하느님!
이제는 저이를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마시어요.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죄(罪)로 한 번의 고통(苦痛)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하느님!
저 남자는 젊어서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연필과 함께 산,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시(詩)에 대한 꿈 하나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내 온 남자예요.
시(詩) 외의 것으로는 화(禍)를 내지 않은 사람이에요.
책꽂이에 경영이니 주식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가 선물한 만년필과
그간 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뿐이에요.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처럼 배고프게 살아왔고,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 모습 숨기는 능력밖에 없었던 남자이지요.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예요.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하느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좀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

* 부부의 사랑. 많은 것을 가지고 살면서도 남처럼, 원수처럼 사는 사람도 있지만, 별로 많지 않은 소유에도 불구하고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서로 위로, 배려하며, 존경하고 격려하면서 사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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