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마
시인 김 수정
가르마를 바꿔탔다
머리를 감으면
이 작은 머리통에 분활선이 무어냐고
쓰러진 벼처럼 드러눕는 머리카락
파마 약을 몇 번이나 바르고
드라이어로 눌러 붙여도
굵은 머리칼 몇은 기어이 돌아
가르마 한 줄 지우는 일이
못 줄 옮겨 잡는 일보다 쉽지 않다
경원선 철길 옆, 벼들이 누렇다
윗마을, 아랫마을 가르며
기차가 달리고
화약 연기처럼 흩어지는 기적 소리
날파람이 새줄을 흔들자
놀란 새들 일제히 날아오른다
신탄리역 끊어진 철길,
철조망이 그어놓은 가르마 위를
훨훨 날아가는 새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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