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키고 싶은 작은 돌처럼, 아, 나는
슈퍼마켓에서
— 오규원, 『하늘 아래의 生』 <깡통> 중에서
“들키고 싶은 작은 돌처럼”이라는 구절은 들키기 어려운 곳에, 들키고 싶지 않다는 듯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깡통>이라는 제목의 마지막인 세 번째 시, 마지막 구절이었다. <깡통>이란 시 속에 반복되는 깡통 두드리는 소리, 깡, 깡, 깡, 깡이 잦아든다 싶은 곳에 이제쯤이면 들킬 일도 없다는 듯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들키고 싶은 작은 돌처럼”을 대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이현주의 동화 『미운 돌멩이』였다. 돌멩이 가운데도 모양이 예쁘고 색깔이 고운 돌멩이는 사람들의 눈에 띄어 선택을 받는다. 하지만 아무런 특징도 없고 색깔도 없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흔해 빠진 돌멩이에 관심을 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왜 사람들은 예쁜 돌멩이들만 좋아할까요?” 어느 날 미운 돌멩이 하나가 하늬바람에게 묻는다. 예쁜 돌을 가져다가 자기 방을 아름답게 꾸민다는 말을 듣고 부러워하는 미운 돌멩이들에게 하늬바람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나 슬퍼하지 마라. 이 못생긴 돌멩이들아. 사람들이 가지고 간 돌멩이는 겨우 한 칸 방을 꾸미고 있지만, 너희는 이 지구를 아름답게 꾸미고 있지 않느냐? 하하하…. 하나님이 지으신 이 세상은 너희들같이 못생긴 것들이 있어서 아름다운 법이란다!”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돌멩이들에게 하늬바람은 한 마디를 덧붙인다. “여기서는 몰라. 높은 데 올라가면 다 볼 수 있지. 높은 데서는 알 수 있어. 너희들 못난 돌멩이들이 굽이치는 개울을 따라, 큰 강을 따라 바다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아름다운 비단폭처럼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지를….”
언젠가 먼 길을 찾아와 목회관을 묻는 한 후배의 고집에 마지못해 대답한 말은 ‘지극히 작은 것을 향한 지극히 큰 관심’이었다. 마음에 새기고 있는 말 중에 ‘막현호은 막현호미’(莫見乎隱 莫顯乎微)라는 말이 있다. 『중용』의 한 구절로 “감추는 것보다 더 잘 드러내는 수 없고, 숨는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수 없다.”라는 뜻이다.
들키고 싶은 작은 돌멩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헤아리되, 미운 돌멩이로 살아가는 자유를 즐길 일이다. 『논어』에 나오는 “자리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그 자리에 설 수 있는지를 걱정하라.”(不患無位 患所以立)라는 말도 같은 의미로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