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컨설팅그룹 강석진 회장 | |||
한국인은 21세기 칭기즈칸이다 | |||
전 한국제너럴일레트릭(이하 GE코리아) 회장이었던 강석진 회장(1939년생)은 외국기업에서 성공한 대표적 한국인 CEO다. 그는 젝 웰치 회장과 함께 GE에서 CEO로 20년이라는 장수근무를 기록한 사람이다. 강 회장은 1981년 매출액 260억원이던 중소기업을 20년만인 2002년에 매출 4조원, 17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성장시켰다. 2002년 퇴직 후, 현재 그는 중소기업과 벤처 CEO를 지원하는 CEO 컨설팅 그룹의 회장을 맡고 있다. 또한 취미 수준을 넘어 프로 서양화가로 국내외 전시회까지 열었던 강 회장의 삶과 철학을 살펴본다. 하나님의 눈높이에서 본 지구 GE 재직시절 1년에 최소 20일 만큼은 스케치 여행을 다녔다는 강회장. 그는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두고 온 별 우리의 산하’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벌써 3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강 회장의 그림은 특별한 구도를 가진다. 그의 그림은 대부분 상당히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고향의 모습들이 많다. “평론가들은 저를 ‘부감 구도’로 그리는 화가라고 말합니다. 특히 크리스천 평론가들이 그렇게 불러요. 여기서 ‘부감’(俯瞰 : 높은 곳에서 내려다봄)구도란 ‘하나님이 세상을 내려다볼 때의 높이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겁니다. 이 구도는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는 구도로,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좋은 구도라고들 얘기합니다. 하지만 제가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에요. 단지 두고 온 본래 고향인 별을 생각해서 그린 거예요. 우리가 돌아가야 할 본래의 고향 말입니다.” 강 회장은 떠나왔던 곳인 본향으로 돌아갈 때, 지구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있었던 희로애락을 추억으로 간직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아름다운 모습들을 화폭에 담아서 추억으로 가지고 가겠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그리려고 하다보니 눈을 감고 고향을 생각하게 되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습관이 생기게 됐다는 설명이다. 대자연의 녹색생명을 담은 추억 어쨌든 화랑 계에선 ‘강석진 구도’ 하면 당연히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구도라고 알려져 있다. 그가 내려다본 그림에는 늘 물논과 들판이 있기 마련이다. 어릴 때 시골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녹색에 대한 향수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밭이랑과 물논에서 농사짓고 재미난 놀이를 했던 기억들이 화폭에 담겨 있다. “그림에 표현된 물논에는 하늘과 구름, 석양빛 등을 볼 수 있습니다. 보통 밭이랑이나 물논하면 떠오르는 것이 농사철의 품앗이입니다. 동네 사람들이 한군데 모여 일하면서 정감있는 대화를 나누고, 거기에 새참 먹을 때 큰 양푼에 담긴 막걸리를 사발로 마시는 정겨운 모습들을 담았습니다. 이런 것들이 옛날 시골에 살았던 자연속의 소탈한 추억입니다. 비옥한 대자연의 품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내는 것이죠.” 그림 속에 담겨진 경영철학 강 회장에게 있어 그림 그리는 예술활동과 경영은 기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GE에서 성공한 CEO가 됐던 것은 그림을 그리면서 만들어진 창의력과 열정, 그리고 프로정신 때문이다. 이 세 가지는 경영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정말 훌륭한 경영자는 정말 훌륭한 종합예술가’라는 것이 강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예술과 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사물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창조적인 노력, 곧 창의력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남들보다 훨씬 앞서는 많은 열정(Passion, Energy)이 더해져야죠. 또한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정신으로 무엇이든지 확실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작품을 만들 때 프로정신이 없으면 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경영 철학은 자신을 종합예술가로 자처한 전 GE 회장 젝 웰치와도 공유하는 것이었다. 강 회장이 젝 웰치 회장으로부터 ‘르네상스맨’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경영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또 악기까지 연주하는 CEO이기 때문이다. 강 회장 역시 이러한 젝 웰치에 대해 ‘경영 예술의 거장’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국은 21세기 칭기즈칸 강 회장은 창의력과 열정, 프로정신에 있어서 젝 웰치가 인정할 정도로 뛰어난 사람이었다. 젝 웰치는 그가 회장으로 있을 때, 매년 10월에 강회장과 함께 한국을 방문하곤 했다. 이때 젝 웰치 회장이 받은 한국에 대한 인상을 ‘한국의 기업인들은 21세기 칭기즈칸’이라는 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안장 없는 말을 타고 세계를 정복했던 칭기즈칸처럼 지금 한국인들은 비행기를 타고 다니면서 세계에 진출하는 모험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후 강 회장은 젝 웰치로부터 ‘코리아 칭기즈칸’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한국을 방문하고 온 후에 개최된 세계경영전략회의 때, 젝 웰치 회장은 ‘한국인들은 정말 21세기 칭기즈칸이다’라며 연설을 했어요. 이때부터 저도 ‘코리아 칭기즈칸’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는데, 이유는 제가 ‘칭기즈칸처럼 모험심이 강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는 굽히지 않고 끈기 있게 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한국의 희망은 바로 모험심 강 회장은 세계 어느 나라 국민보다 뛰어난 한국인의 특성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강한 모험심’이라고 얘기한다. 모든 것이 다 파괴됐던 6.25 전쟁 후, 우리나라는 아무도 성공할 수 없다고 했던 사업 분야에 의욕을 갖고 뛰어드는 모험을 강행했다. 그리고 지금 조선사업과 자동차산업, 반도체산업과 전자산업, 철강산업과 IT사업 등은 세계 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이는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투자하는 모험심 또는 벤처기질이 아주 많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국인들에게 있어 벤처 또는 기업가 정신을 빼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기업인들은 6.25때보다도 훨씬 더 사기가 떨어진 상태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투자문제나 분배논리, 과거사 문제를 다룰 것이 아니라, 기업인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서 경제를 살려야 할 때입니다. 한국인의 기질 속에 있는 모험심을 끄집어내야 한다는 겁니다. 기업가 정신을 살리고 기업인들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기업인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윤리경영과 투명경영이 된다면 노사문제 등 경제 관련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기업인들과 부자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CEO들에게 경영 노하우 전수 GE코리아 회장에서 은퇴하기 일 년 전에 당시 윤병철 우리금융 회장, 장흥순 벤처기업협회 회장 등 우리나라에서 널리 알려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국CEO포럼을 창립했다. 이후 젝 웰치가 은퇴하자 강 회장 역시 2002년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은퇴했다. 그런데 CEO포럼 회원들을 중심으로한 지인들은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저는 다 잊어버리고 그림만 그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림 그리는 것이 본인에게는 좋은 일일지 모르지만, 국가와 사회적으로는 엄청난 손실’이라는 신랄한 비판을 받았습니다. 최첨단 경영 노하우를 머리 속에 놓아둔 채 떠나버린다면 그 노하우는 사장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모든 경영의 노하우를 CEO들에게 전수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CEO컨설팅그룹을 조직했던 것입니다.” 이밖에도 강 회장은 ‘기본을 지키는 사람들의 모임’인 ‘태평로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다. 이 모임은 나름대로 원칙을 지키면서 살아왔다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모임이다. “원칙을 지키는 일상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모임을 만들게 됐어요. 하지만 기본을 지킨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회원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언젠가는 회원들이 서서히 늘어나게 되고 기본을 지키는 것이 사회의 일상적인 분위기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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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jinhoe 기자 / Sejinhoe 사진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