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삶

시인과 개미 - 이국화 시인이 자기 상처의 깊이에 빠져 절망에 발목 잡힌 이웃을 모른다 한 사람이 서둘러 시 같은 유서를 남기고 떠날 때

ree610 2025. 5. 31. 08:18

시인과 개미

- 이국화


시인이 자기 상처의 깊이에 빠져
절망에 발목 잡힌 이웃을 모른다

한 사람이 서둘러 시 같은 유서를 남기고 떠날 때
시인은 유서 같은 시만 쓰느라 그의 죽음을 만류하지 못했다

참회록처럼 시만 쓰고 세상엔 시만 걸어 다닌다
부끄러워서 얼굴 없는 까만 글자 시만 걸어 다닌다

개미들이 먹이를 나른다 이웃과 동료 손잡고
같이 먹고 같이 사는 것이 사랑
시보다 아름다운 건강한 시

시인 앞에서 개미들이
역설적으로 시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