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얼

지금이 좋을 때 _에밀 베르하렌- 지금은 좋을 때, 불이 켜질 때. 모든 것이 이렇게 조용하고 평화로운 저녁, 새의 깃털 떨어지는 소리까지도

ree610 2024. 7. 20. 08:27

지금이 좋을 때

_ 에밀 베르하렌

지금은 좋을 때, 불이 켜질 때.
모든 것이 이렇게 조용하고 평화로운 저녁,
새의 깃털 떨어지는 소리까지도 들릴 것 같은 이 고요함.

지금은 좋은 때, 가만가만히
사랑하는 사람이 찾아오는 바로 그런 때,
부는 바람처럼 연기처럼
조용조용 천천히.

사랑은 처음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나는 듣는다.
그 영혼을, 나는 알고 있다.
별안간 빛이 솟아나는 것을 보고
그 눈에 살그머니 입을 맞춘다.

지금은 좋은 때, 불이 켜질 때.
고백告白이,
하루 종일 혼자서만 망설이고 있었노라고,
깊고도 깊은, 그러나 투명한 마음이 밑바닥에서
떠오를 때.

그리하여 서로 평범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뜰에서 딴 과일에 대하여,
이끼 속에 피어 있는 꽃에 대하여,
또 낡은 서랍 속에서 뜻밖에 찾아낸
옛날의 편지에 대해서.

지금은 모두 사라져버린 사랑의 추억에
마음은 순식간에 꽃을 피우며 감동에 몸을 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