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살아라. 쓸데없는 절차와 일 때문에 얼마나 복잡한 삶을 살아가는가?" - 이드리스 샤흐
♡ 순리 ♡
-이민숙-
꽃은 흐드러지게 웃어도
소리가 나지 않고
그저 향기로 말할 뿐 다투지 않는다
천 개의 곁 가지가
제각각 다른 곳을 보고 뻗어가도
하늘 향해 오르는 나무는
아래로 그늘을 내린다
앞선 약속은 없었지만
어찌 돌고 돌아도
물줄기는 만나게 되어 있고
숲은 아무리 버티어 보아도
바람 부는 방향으로 쓰러진다
제 살 뜯어 새끼를 키우는 소라는
속이 텅 빌 때면 죽음을 알리고
빈 몸으로 물 위로 떠오른다지
단풍잎이 썩어 새 잎을 키우듯
눈물이 거름이 되어
넉넉한 그늘을 내린다면
더러는 생각이 어긋나도
묵묵히 순응하는 자연처럼
우리도 순리를 따라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