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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랑의 노래
-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는가
나는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가난해도, 늙었어도 어려도,
사랑도 두려움도 외로움도 그리움도 있다.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나 능력이 차이가 있어 다르게 느끼고 고통을 당한다. 평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