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과 발로 무엇을 할까]
-안도현-
세끼 밥 굶지 않고 나 혼자 등 따뜻하다고 행복한게 아닙니다
지붕에 비 안 새고 바람 들이치지 않는다고 평화로운게 아닙니다
내가 배부를 때 누군가 허기져 굶고 있습니다.
내가 등 따뜻할 때 누군가 웅크리고 떨고 있습니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발걸음 옮길 때 작은 벌레와 풀잎이 발 밑에서 죽어 갑니다
남의 허물을 일일히 가리키던 손가락과
남의 멱살을 무턱대고 잡아당기던 손아귀와
남의 얼굴을 함부러 치던 주목을 거두어야 할 때입니다.
가진 것을 나누는 게 사랑입니다
사랑해야 우주가 따뜻해집니다
내 손은 행복하게 써야 할 때입니다.
내 발을 평화롭게 써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