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사랑했네1]
-이정하-
삶의 길을 걸어가면서
나는, 내 길보다
자꾸만 다른 길을 기웃거리고 있었네
함께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로 인한 슬픔과 그리움은
내 인생 전체를 삼키고도 남게 했던 사람
만났던 날보다 더 사랑했고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했던 사람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
함께 죽어도 좋다 생각한 사람
세상의 환희와 종말을 동시에 예감케 했던
한 사람을 사랑했네
부르면 슬픔으로 다가올 이름
내게 가장 큰 희망이었다가
가장 큰 아픔으로 저무는 사람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기에 붙잡지도 못했고
붙잡지 못했기에 보낼 수도 없던 사람
이미 끝났다 생각하면서도
길을 가다 우연히라도 마주치고 싶은 사람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는 날이면
문득 전화를 걸고 싶어지는
한 사람을 사랑했네
떠난 이후에도 차마 지울 수 없는 이름
다 지웠다 하면서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눈빛
내 죽기 전에는 결코 잊지 못할
한 사람을 사랑했네
그 흔한 약속도 없이 헤어졌지만
아직도 내 안에 남아
뜨거운 노래로 불려지고 있는 사람
이 땅 위에 함께 숨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마냥 행복한 사람이여,
나는 당신을 사랑했네
세상에 태어나 단 한 사람
당신을 사랑했네
'모리아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풀잎 소곡] -문덕수- 내사 아무런 바람이 없네 그대 가슴속 꽃밭의 후미진 구석에 가녀린 하나 풀잎으로 돋아나 그대 숨결 끝에 천년인 듯 (0) | 2024.10.23 |
---|---|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0) | 2024.10.22 |
[들국화2] -도종환- 너 없이 어찌 이 쓸쓸한 시절을 견딜 수 있으랴 너 없이 어찌 이 먼 산길이 가을일 수 있으랴.. (0) | 2024.10.20 |
[조금은 아픈] -김용택- 가을은 부산하다 모든 것이 바스락거린다 소식이 뜸할지 모른다 내가 보고 싶고 궁금하거든 바람이는 풀잎을 보라.. (0) | 2024.10.19 |
[가을비를 맞으며] -용혜원- 촉촉히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얼마만큼의 삶을 내 가슴에 적셔왔는가 생각해본다 열심히 살아가는 것인가!! (0) | 2024.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