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시

간절기 -박완호- 환절기를 보내고 나면 또 다른 환절기가 찾아왔다. 사랑 뒤에 사랑이, 이별 뒤에 이별이. 환절기에서 환절기로 가는..

ree610 2024. 8. 16. 06:19

[간절기]

-박완호-

환절기를 보내고 나면 또 다른 환절기가 찾아왔다. 사랑 뒤에 사랑이, 이별 뒤에 이별이. 환절기에서 환절기로 가는 어디쯤에서 삶은 마지막 꽃잎을 떨구려는 건지. 죽음 너머 또 다른 죽음이 기다린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다. 죽음은 늘 다른 누군가의 것이어서, 나는 내내 아파하기만 했을 뿐. 환절기와 환절기 사이, 좁고 어두운 바닥에 뿌리를 감추고 찰나에 지나지 않을 한 번뿐인 생을 영원처럼 누리려는 참이었다. 또 하나의 환절기가 지척에 다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