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살아라
ㅡ 곽노순
쉽게 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살살 피해 가며 요령껏 살라는 것이 아니고
젊은 나이에 원대한 포부를 품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늙어서 빈둥빈둥 놀라는 뜻도 아니다.
쉽게 살라는 것은 남을 남대로 두고
나는 나의 최선을 다하며
남의 까닭이나 하느님의 까닭으로 일어나는 일은
고요히 맞아 들임으로
보다 큰 시야를 잃지 않는 삶을 말한다.
숨을 쉬는 것도
여름이 가을로 변하는 것도
힘들이지 않고 일어난다.
남녀의 눈이 마주치는 것도
이 세상에 들어오는 것도
나가는 것도
쉽게 일어나지 않는가?
지구가 요란을 떨지 않고 태양 주위를 소리없이 돌듯이
쉽게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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