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아/시

[꽃은 부드럽지 않다] -이수익- 꽃은 네가 말하듯, 그렇게 아름다운 추상이 아니다 꽃은 지금 절박한 실존으로 제 생의 위태로운 극단 위를

ree610 2025. 5. 4. 08:53

[꽃은 부드럽지 않다]

-이수익-

꽃은
네가 말하듯, 그렇게 아름다운 추상이
아니다

꽃은 지금
절박한 실존으로
제 생의 위태로운 극단 위를
피고 있다

꽃이란 꽃 저마다 다른 꽃을 딛고
우우우, 봉우리를 높이 일으켜 세우고 있는

치열한 경연장과도 같은,
꽃들의 광장으로 가서 보라

층층이 만발한 그들은
저 하나 우뚝 피어나기 위해 옆옆의 꽃을
밀치고 누르거나
혹은 짓밟으며
불꽃 튀는 관능의 빛깔과 향기와 자태를
하늘 가운데 눈물겹게 드러내려 하고 있다

아, 실은
꽃들은
저리도 제 피를 말리면서
시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