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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궁 모퉁이를 돌며 – 서울교육이 닮고 싶은 교육의 모습] ‘적어도 2주에 한 번씩은 교육에 대한 내 생각을 이 공간에 올려 교육공동체!

ree610 2025. 7. 27. 21:05

[경희궁 모퉁이를 돌며 – 서울교육이 닮고 싶은 교육의 모습]

‘적어도 2주에 한 번씩은 교육에 대한 내 생각을 이 공간에 올려 교육공동체와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경희궁 모퉁이를 돌며> 프로젝트의 두 번째 글이 벌써 한 달 가까이 밀렸습니다. 첫 글 이후에 댓글과 개인적 연락을 통해 응원을 많이 받았으니 다시 한번 힘을 내 글을 써보려 합니다.

저는 지난 7월 3일부터 6일까지 핀란드 헬싱키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출장에서는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 및 중,고교, 대학 등을 방문하였으며,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을 찾아 학부모 간담회를 여는 등 핀란드 교육 현황을 두루 살펴보았습니다.

특히 헬싱키 북쪽에 있는 탐페레 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핀란드 디지털교육 컨퍼런스(ITK) 의장 야르모 비텔리 교수와의 세미나와 핀란드 현지 교원 초청 세미나를 개최하여 핀란드 교육의 특징과 장점을 공부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서울교육의 미래를 전망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가 핀란드 교육을 살펴보며 놀란 것은 핀란드 교육의 목표에 대한 질문에서였습니다.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를 방문하여 현지 관계자에게 ‘핀란드 공교육의 목표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였을 때, 돌아온 대답은 ‘웰빙(wellbeing)’이었습니다. ‘자아실현’ 등의 답을 기대했던 저에게 ‘웰빙’은 매우 당황스러운 대답이었습니다.

그래서 ‘웰빙의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가’라고 재차 질문하자 (1)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 (2) ‘적당한 영양을 섭취하는 것’, (3) ‘충분한 신체활동을 하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당황하다 못해 어안이 벙벙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서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핀란드 교육의 궁극적 목적은 ‘개인의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핀란드 교육 현황을 살펴보며 첫 번째로 눈여겨본 것은 학생의 삶이었습니다. 핀란드에서 학생들은 경쟁보다는 자기 성장과 내적 동기를 중시하여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도록 교육받고 있었습니다. 성적보다는 자기 탐색과 성찰 중심의 수업과 평가를 통하여 학생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꿈을 탐색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쩌면 인구밀도가 낮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귀한 존재라는 생각들이 사회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번째로 제가 주목한 것은 교사의 권한과 전문성에 대한 존중이었습니다. 핀란드에서는 학부 3년, 대학원 과정 2년 등 총 5년여의 수학을 거친 석사학위 소지자가 교원으로 임용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교원들은 교육전문가로서 전문성을 존중받으며, 매우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학습을 계획합니다. 또한 교원의 사회적 위상이 상대적으로 높고, 이직률도 극히 낮다고 합니다. 전문직으로서의 학교 교장의 역할이나 직위도 우리와 달랐습니다.

세 번째로 제가 놀란 것은 직업교육이었습니다. 핀란드에서는 전체 고등학생의 약 43%가 직업교육을 선택하며, 직업교육과정 시수의 30% 이상이 실제 산업현장에서 이루어집니다. 반면에 우리 서울은 특성화고 학생들이 전체 고등학생의 16%입니다. 또한 핀란드에서는 산업현장에서 근무하다가 다시 배울 것이 있다고 느끼면 다시 고등학교에 와서 공부하는 비율도 높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이 밖에도 여러 눈여겨볼 장면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래도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교육과 사회 밑바탕의 근간을 이루는 ‘신뢰’ 문화였습니다. 학교가 높은 자율성을 지니고 교사의 권한과 사회적 위상이 높게 유지되는 밑바탕에는 학교와 교사에 대한 학부모와 사회의 신뢰가 밑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번 핀란드 출장을 통해 저는 저와 서울교육공동체가 함께 설정한 ‘학생의 꿈, 교사의 긍지, 학부모의 신뢰’라는 목표가 핀란드에서 일정 부분 이미 구현되고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물론 핀란드 교육이 최선이자 최고는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저에게 한가한 소리를 한다며 질책하시는 분도 계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교육이 지향하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 누구도 놓치지 않는 교육’이라는 가치가 새삼스럽게 다가옵니다. 이를 서울의 현실에 맞게 구현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위 61도, 지구의 북쪽에 위치하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비행시간이 3시간이나 더 소요되는 핀란드에서 생각하는 서울 교육은 많은 희망과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세계적인 교육 선진국의 제도들 (영미형 모델, 북유럽형 모델, 동아시아형 모델)의 장단점을 미래교육의 맥락에서 비교 분석하고, 필요한 것들을 흡수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임이 틀림없습니다.

- 정근식 교육감 (서울특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