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김경문 감독의 ‘믿음의 야구’에 대한 철학적 물음 – 믿음(Belief)과 기술(techne) 사이에서 – 야구는 이야기가 풍성한 스포츠다..

ree610 2025. 11. 2. 18:43

김경문 감독의 ‘믿음의 야구’에 대한 철학적 물음 – 믿음(Belief)과 기술(techne) 사이에서 –

야구는 언제나 이야기가 풍성한 스포츠다.
시즌이 끝나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승패보다 더 오래 남는 것은 그 속의 서사다. 사실 세상사 모든 일이 그렇다. 인간의 삶도, 사회의 움직임도, 결국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나 역시 야구 이야기를 좋아한다. 경기의 결과보다 그 안에 담긴 이야기, 그 이야기의 결을 보고 듣고 싶어서 야구를 본다. 특히 한화이글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2025 프로야구 시즌이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팬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화제는 단연 김경문 감독의 ‘믿음의 야구’와 '용병술'이다. 그중에서도 한국시리즈 4차전 김서현 등판은 뜨거운 논쟁의 한복판이었다.

나는 이 문제를 단순히 옳다 그르다의 이분법으로 보지 않는다. 철학의 출발은 답이 아니라 물음이다. 질문이 없는 답변은 비난으로 흐르고, 결국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라진다. 그래서 이 글은 답변이 아니라 물음이다.
김경문 감독의 ‘믿음의 야구’는 과연 무엇을 향한 것이었는가?

* 믿음의 대상 — 사람인가, 사실인가

국어사전은 믿음을 “사실이나 사람을 믿는 마음”이라 풀이한다.
그런데 이 단순한 정의 속에는 미묘한 차이가 숨어 있다. ‘사실을 믿는 것’과  ‘사람을 믿는 것’은 그 속이 다르다.

야구의 경우 ‘사실(fact)’은
곧 선수의 기술(techne)이다.
투수는 구위, 제구, 컨디션 — 이것이 객관적 사실이다. 김경문 감독은 아마 김서현의 기술이 여전히 통할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는 이미 김서현의 제구가 흔들리고 있었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렇다면 김 감독의 판단은 사실에 근거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사람에 대한 신뢰, 즉 인간적 믿음이었을까?
그의 선택은 후자에 가까웠다. 전반기의 빼어난 활약, 그리고 미래의 에이스로 성장하리라는 기대가 그를 사로잡았다. 말하자면 과거와 미래에 대한 믿음이었다.
하지만 프로 스포츠의 현실은 언제나 현재의 선수 기술 위에서만 작동한다.

* 프로의 세계에서 믿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프로 스포츠는 냉정하다.
여기서는 인간적 믿음보다 기술적 현실이 우선이다. 아마추어 스포츠에서는 인간적 관계가 경기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에서는 기술(techne)에 바탕 한 실력(Ability)이 곧 신뢰의 근거다. 기술적 사실이 흔들리는데도 믿음을 이유로 선수를 기용한다면, 그것은 신뢰가 아니라 자기 확신의 독단에 가깝다.
프로 야구 세계에서  감독의 믿음이란 결국 사실(fact)을 보는 능력이다.
감정의 온기는 필요하지만, 그것이 판단의 근거가 되면 결과는 무너진다. 김경문 감독의 인간적 믿음은 미덕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기술적 현실을 덮어버렸을 때, 그 믿음은 신뢰가 아니라 자기확신의 독단이 된다.
김경문 감독의 믿음의 야구는 김서현뿐 아니라 안치홍, 엄상백 등 여러 선수 기용에서도 드러났다.
지친 불펜을 반복해 투입하는 운영, 특정 선수에 대한 집착은 결국 ‘믿음의 야구’라는 이름 아래 '기술적 능력'을 희석시켰다. 물론 꼴찌를 전전하던 팀을 2위로 이끈 운도 분명한 성취다. 그러나 그 성취마저도 기술적 현실 인식 능력이 개선되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다.

* 믿음의 야구, 기술의 야구

결국 물음은 여기에 닿는다.
야구에서의 믿음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기술을 믿는 것인가, 사람을 믿는 것인가?

프로야구에서 진정한 믿음은 기술적 사실을 직시하는 눈에서 나온다.
선수의 현재 기술 상태를 냉정하게 보고, 그에 맞는 판단을 내리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인간적 믿음은 경기장 밖에서, 인간적 관계 속에서 피워져야 한다. 경기장 안에서는 기술과 능력, 즉 사실의 세계가 지배한다.

김경문 감독의 ‘믿음의 야구’는 인간적 신뢰의 미덕을 지니고 있지만, 프로의 냉정한 현실에서는 그 믿음이 기술적 통찰로 전환되지 않는 한, 사상누각에 머무를 위험이 있다.

지금 김경문 감독은 계약 기간과 구단의 신임 여부를 떠나 향후 거취가 화젯거리다.

* 내 생각은 이렇다.
그래도 김경문 감독이 꼴찌를 전전하던 팀을 2위로 만들지 않았느냐, 인간적 믿음으로 다시 내년 시즌을 기약하자는  김경문 감독식의 인간적 믿음으로 계속 가자는  견해가 있지만,
그렇게 보기보다
김경문 감독이 선수의 기술, 능력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가로 판단해야 한다. 선수 보는 눈은 나이가 많아진다고 느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퇴화되는 게 일반적 자연현상이다. 이걸 따지지 않고 김경문 감독의 거취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관건은 인간적 문제가 아니라 기술(능력)의 문제다. - 최강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