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 연극 ‘메멘토 모리’ 1. 이야기 전개 - 누구나 죽는다. 다들 알고 있다. 그러나 영원히 살 것처럼

ree610 2025. 10. 13. 12:45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 연극 ‘메멘토 모리’

1. 이야기 전개 -
누구나 죽는다. 다들 알고 있다. 그러나 영원히 살 것처럼 불태우는 게 인간의 숙명이다.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제목을 지닌 연극 ‘메멘토 모리’의 이야기는 열악한 요양원에서 힘없이 지내는 노인들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출발한다.

무대 위에 모인 다섯 명의 노인들은 요양원의 부실한 식사와 엉망인 시설, 무책임한 운영에 대해 불만이 한가득이다. 기껏 좋은 평판을 믿고 자신들 삶의 마지막을 의탁하고자 들어왔지만 이건 뭐 영 가망이 없는 요양원이다. 항의해 보지만 돌아오는 건 ‘자식’들의 반대를 앞세운 요양원 측의 무시와 협박뿐이다. 알고 보니 요양원장과 언론사가 부패한 유착관계로 얽혀 있다.

2. 이 연극이 좋았던 건 배우들 모두 일정 연령대 이상의 분들로 구성되어, 노골적으로 노년의 삶을 그리고 있으면서도 단순한 세대의 이야기나 복지시설 내부 고발극에 머무르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노년의 삶’을 그리는 많은 연극들이 대체로 노년의 힘겨움을 말하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희화화하거나 그도 저도 아니면 배경처럼 이용한다.
그런데 이 연극은 요양원의 처우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해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눈을 뜨는 과정을 보여준다. 오랜 세월 침묵에 길들었던 노인들이 과거 젊은 시절, 부당한 폭력과 권력 앞에 저항하지 못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다, 마침내 인생의 황혼에서 처음으로, 스스로를 부추겨 일어선다. 그리고 삶의 마지막 지점에서 마주한 ‘존엄’과 ‘사회적 각성’을 무대 위에서 펼친다.

3. 시종일관 유쾌 통쾌 상쾌한 이야기

그러나 이 연극의 미덕은 ‘노인들의 사회적 각성’을 보여주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심각하고 우울한 현실을 그리면서도 시종일관 즐겁고 유쾌하면서 발랄하다. 노인들을 단순한 피해자나 연약한 존재로 그리지 않기 때문에 우스꽝스러운 상황의 연속에서도 노인들이 사회를 향해 목소리를 내는 변화의 주체로 탈바꿈하는 과정을 집요하게 보여준다.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국회를 향해 달려가는 노인들의 모습과 영문 모르는 상황에서 맞닥뜨린 12월 3일 계엄하의 국회 모습은 우스꽝스럽고 아이러니한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4.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죽는다. 하지만 죽기 전까지 살아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좌충우돌하는 노인들의 모습 속에 우리 사회의 복지 시스템, 언론의 역할, 세대 간 책임의 문제들이 오버랩되면서 흘러갔다.

최근 노인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연극이 많이 눈에 띈다. 그러나 노년 세대를 그답게 풀어낸 연극이 몇이나 있을까 되새겨본다. 그런 면에서 연극 ‘메멘토모리’는 신선하다.

5. 배우
배우 분들의 연기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관록이란 이런 거구나, 생각하게 된다. 김종칠 배우를 보러 간 연극인데, 뜻밖에 전소현 배우(전작 ‘콤플렉스’)도 나와서 더 반가웠다.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어디 가고 귀엽고 애교 많은 노년의 팜므파탈이라니, 이런 모습도 있었나 깜짝 놀랐다.

김종칠 배우는 ‘내 웨딩 케이크는 누가 먹었나’와 국립극단에서 만들었던 ‘만선’(천승세)에서 이미 연기에 감탄했던 배우다. 이 분을 보면 ‘아, 배우구나’ 싶은데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외모도 한 몫 한다. 그 나이에 이 정도 아우라를 뿜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아쉽게도 12일이 마지막 공연이다.
- 이의진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