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북유럽 자전거 여행 49, 50일 최종편 * 새벽 5시 눈을 뜨자 마자 짐을 정리해서 자전거에 실고 공항 열차가 떠나는 중간역까지...

ree610 2025. 10. 3. 22:47

{북유럽 자전거 여행 49, 50일 최종편}

새벽 5시 눈을 뜨자 마자 짐을 정리해서 자전거에 실고 공항 열차가 떠나는 중간역까지 30분동안 차가운 공기를 뚫고 달리니 기분이 매우 상쾌하다.
이번 여행에서의 마지막 주행이라고 생각하니 한편 섭섭하기도 하다.

공항에서 박스를 사서 자전거를 분해하여 몇가지 짐을 넣어 보내고자 하니 10kg이 넘는다. 250유로를 내라고 한다.
몇 년 전에 백불을 냈던 적이 있어 그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이미 포장을 다한 박스를 테이프를 떼어내고 짐을 덜어낸다 하더라도 어차피 엑스트라 짐에 대해 돈을 내야 하기에 할수없이 이를 지불했다.
서울에서 나올 때와 거의 비슷하게 포장을 했는데, 자전거 자체가 서울에서 갖고 나온 자전거보다 더 무게가 나가고, 거기에 짐받이와 비받이가 달려 있다보니 생각보다 무게가 많이 나간 것이다.

비행기에 올라탐으로 우리들의 모든 여정은 이제 하늘에 달렸다. 10월 3일 백두 조선의 하늘이 열린 날 출발하여 다음날 도착하는 것으로 우리들의 50일 전체 여정은 끝이 난다.
대략 3,000km를 주행했고 9개 국가의 국경선을 자전거로 넘었다.

생각해 보면 박충구목사님과는 만남이 그리 길지도 않고 깊지도 않았다. 7월 어느날 우연히 춘천을 가는 자전거 여행을 같이 하면서(난 1년 전 무릎 수술 이후 처음 타는 자전거였다.) 밥을 먹다가 유럽 자전거 여행 얘기를 꺼냈다.
난 1년동안 몸을 잘 다듬은 다음 내년에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박목사님이 이를 대뜸 받아 바로 시행하자고 한다. 나도 지르는 성격이라(물론 안 좋은 성품이다) 그냥 동의를 하고 바로 비행기표 구입했다.
자전거를 타보기만 했지 여기에 가방을 달고 다니는 것은 부산갈 때, 제주도 일주 할 때, 그저 뒤에 가방 하나 달고 옷가지 몇 개 넣고 다녔지, 앞뒤로 5개의 가방을 다는 것은 생각도 못해 본 일이 없다.
다른 사람들 하는 것 보면서도 70 넘은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로 생각했었다.

투어용 자전거와 이외 필요한 가방과 텐트 관련 물건들을 살펴보고 주문하는 일만도 십여 일이 불쑥 지나갔다. 몸을 만드는 일은 저만치의 일이었다. 며칠 하다보면 근육이 생기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마지막 끝날 때까지 근육통이 사라지지 않았다. 매일 밤 근육크림을 바르고 약도 먹었다. 그래야 쥐가 덜났다.

처음에는 클릿을 사용하기 위해 한두 번 연습해보다 잘못하면 큰 사고가 날 것 같아 클릿 페달을 평페달로 바꾸었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깨달은 것은 클릿 페달이 절대는 아니라 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속도에 있어, 특히 언덕을 올라갈 때는 완전히 다르다. 이제 돌아가면 클릿 연습을 할 예정이다.

하여간 이제 여행을 마치면서 그간 페북에 좋아요!를 수없이 눌러주신 여러 페친님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의 인사를 전합니다. 사실, 페친님들의 응원이 없었다면, 중간에 포기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코펜하겐 시청 광장에서 자전거를 도난당했을 때, 가족들도 이제 그만하고 돌아오라고, 이게 그만하라는 하늘의 신호라고 말렸거든요.
70 넘은 노인네들 그만하면 도전 정신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ㅎㅎ

그 이후에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여러 위기를 겪고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하늘의 도움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였다는(누가 목사 아니라고 할까봐) 고백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혼자 여행을 좋아하다보니
다섯 번의 네팔 트레킹, 다섯번의 스페인 까미노, 이외 튀르키에, 쿠바, 이란, 유럽, 남미 등지를 홀로 다녔지만, 이는 걷는 일이기에 사고 위험이 훨씬 덜하지만, 자전거는 순식간에 사고가 일어나는 일이라 더욱 그러합니다.

하여간 내년에는 알프스를 한번 넘어볼까 합니다. ㅎㅎ

독자님의 평화를 빕니다. - 조헌정

*유럽 자전거 여행 30

귀국 여정 - 박충구 명예교수

10월 3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짐을 자전거에 싣고 빈 공항으로 가는 열차가 있는 Paterstern역으로 자전거를 타고 갔다. 어둠은 채 가시지 않았고, 날은 무척 차가워 손이 엄청 시렸다. 직선 거리는 4킬로미터 정도인 줄 알았는데  한참 우회하여 10여킬로미터가 넘었다. 일찍 서두른 까닭에 기차로 출근하는 승객으로 인한 혼잡을 피할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 기차는 자전거를 싣기 편하다.  엘리베이터가 보통 자전거 두 대 정도 실을 수 있을 정도로 크고, 플랫홈과 기차 바닥 높이가 같아서 그냥 자전거를 끌고 기차로 들어가면 된다.  단 반드시 기차 진행 방향으로 자전거를 세우고 잘 잡고 있어야 한다. 체코에서는 자전거를 허리 높이로 들어 올려 화물칸에 실어야 했고, 독일에서는 별도 예약을 해야 하고, 자전거 운송 요금도 별고로 내야 자전거를 기차에 실을 수 있다.  보통 자전거를 싣는 칸이 기차 앞과 뒤에 있고, 기차 칸 일부에 5~6대 자전거를 세워서 매달아 놓도록 되어 있었다.  자전거를 기차에 실을 때마다 우리는 기차가 어느 유형인지 먼저 파악해야 했다. 독일에서 자전거를 가지고 기차를 탈 경우, 기차 칸과 자전거를 세워서 걸어두는 갈고리 번호가 지정되므로 자전거 지정 좌석이 있는 셈이다.

빈 공항에 도착하여 박스를 구입해하여 자가 팩킹을 한 후 저울에 달아보니 27킬로가 넘었다.  앞바퀴와 핸들, 그리고 안장을 분리하여 차곡 차곡 서로 부딪히지 않게 테리핑하며 포장해야 한다. 특히 뒷변속기에 외부 충격이 주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보통 자전거가  카본이 아닌 경우 10~15킬로그램 정도 되니 총량 23킬로그램 이하면 별도 비용을 내지 않고 화물로 부칠 수 있다.  포장한 자전거를 달아보았더니 4킬로그램 초과했으나 초과요금 250유로나 내라고 한다. 하여 다시 박스를 풀고 짐을 4킬로 빼낸 후 달아보니 통과되었다.  

자전거 구입한 영수증에 택스 프리 폼을 절차를 밟아  면세를 받기위한 확인을 받아 우편함에 넣고 탑승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비행기기가 만석이니 비행기 실내 공간이 부족하다며 캐리 언하는 짐까지 무료로 부쳐주었다.  보딩 시간을 기다릴 때 긴장이 풀렸는지 몸이 무척 무거웠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환승하여 인천 공항에 도착하기까지 영화를 보며 무료함을 달랬다.  루프츠한사 비행기 좌석이 특히 답답하고 좁게 느껴졌다.  인천 공항를 향해 가는 비행기 안에서, 내가 편안을 느끼는 내 나라, 내가 편히 쉴 수 있는 집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입맛에 맞는 다양한 요리를 그리 애쓰지 않아도 찾아 먹을 수 있는 것, 사랑하는 가족, 형제 자매, 그리고 뜻에 맞는 여러 벗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있어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랑크푸르트에서 민사네 선생님들에게 귀국 인사를 전했다. 50일의 여정, 그 여정을 미리 알았더라면 아마 우리는 떠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삶을 계획하지만 모든 것을 디테일하게 미리 정할 수는 없다.  무엇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었던 50일 여정, 신비와 새로움, 그리고 예기치 못했던 급변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하나씩 결정을 하면서 길을 달렸다. 무수히 우회도 하고, 길을 잘 못들어 헤매기도 했고,  자전거를 도난 당하는 일도 겪었다. 일상에서는 도저히 갈 엄두도 낼수없는 산길과 숲길도 지나왔다.  에른스트 블로흐는 멀히 내다 보이는 곧장 난 길보다 숲길을 더 좋아했는데, 그 이유는 내다볼 수 없는 길에서는 지루함보다는 새로운 퓽경이 끝없이 이어지고, 길을 걸으며 사색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철학자의 길은 대로가 아니라 숲길, Holzwege와 같다고 했었다.  삶은 그래서 여전히 미스테리고 신비한 것이다. 50일간 정말 많은 것을 보고, 생각하며, 무수한 숲길을 지나왔다. 조헌정 목사님과 나, 우리 두 사람 건강하게 다시 삶의 자리로 돌아왔다.


여행 중 존경하는 교단의 어른께서 예기치 못하게 세상을 떠나셨다.  내일 일을 알 수 없는 인생이다.  하루하루 소중하게 사는 수밖에 없다.  여행 중 <기독교 사상>지에 해방신학자 구띠에레즈 1주기 추모글을 기고했고, “카르페 디엠” 강연,  “삶과 죽음 ”강연, 종교 개혁 주일 설교를 부탁받았다.  잘츠부르크에서 사온 책을 서둘러 읽어야 하겠다.  

마침, 한가위 연휴 기간이다. 그동안 우리 여정에 마음과 관심으로 성원을 보내주신 여러 벗들에게 따듯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