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일째 바람과 바퀴 위의 기록
칠십을 훌쩍 넘긴 박충구, 조헌정 두 목사는 오늘도 길 위에 서 있다. 자전거 페달에 온몸을 맡긴 지 45일째, 그 긴 시간 동안 그들은 유럽의 들판과 산, 강과 도시를 지나왔다. 매일 아침 맞이하는 햇살은 다르지 않지만, 마음속 풍경은 매번 새롭게 피어난다.
첫날, 그들은 설렘과 긴장 속에서 출발했다. 젊은 날의 여행과 달리, 몸의 한계와 체력을 늘 의식해야 했다. 그러나 페달을 밟을 때마다 바람과 함께 흘러가는 긴장감 속에서, 마음은 점점 자유로워졌다. 바퀴 위에서 느껴지는 땅의 울림, 돌길의 진동, 작은 바람 한 점에도 삶의 감각이 생생히 살아났다.
길은 언제나 순탄치만은 않았다. 작은 가시에 찔려 하루에 다섯 번이나 타이어가 펑크 난 날도 있었다. 그때마다 손은 까지고, 땀은 얼굴을 타고 흘렀지만, 그들은 잠시 멈추어 바람을 느끼고, 잔잔히 웃었다. 중간중간 텐트를 치고 노숙을 하며, 추위를 온몸으로 겪는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기껏 라면 한 봉지를 끓여 허기를 떼우기도 한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낙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몸은 젖고 흙과 바람 냄새가 섞인다. 수많은 거대한 고갯길을 만나면, 짐과 자전거를 포함해 40킬로가 넘는 무게를 온힘을 다해 끌고 올라야 한다.
그러나 이 여정은 단순한 육체적 고난만은 아니었다. 여행 도중, 한순간의 부주의로 자전거를 도둑맞는 상실감을 겪기도 했다. 그 순간, 긴 여행의 모든 의미가 흔들리는 듯했고, 허탈감과 당황스러움이 마음을 무겁게 누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자전거를 구입하고,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듯 페달을 밟으며 길 위로 돌아왔다. 그 경험은 오히려 여행의 진정성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상실과 회복 속에서 길과 삶의 의미를 다시 배우고, 마음의 강인함과 적응력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왜 이 고생을 자진했을까. 그들은 틀림없는 순례자이며, 카라반이다. 길 위에서 느껴지는 삶의 모든 순간, 바람과 땀, 그리고 발걸음 하나하나가 그들의 믿음과 의지를 증명한다. 도전과 고난 속에서 스스로를 마주하고, 세상을 더 깊이 느끼며, 자유와 생의 의미를 몸으로 배우는 것이다.
마을 골목 사이를 지나면, 오래된 성당의 종소리가 울리고, 돌바닥 위로 햇살이 부서진다. 나무 향기와 꽃향기가 뒤섞인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지나간다. 그 속에서 그들은 잠시 숨을 고르고, 여행이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존재의 기록임을 깨닫는다. 낯선 사람의 미소, 손을 흔드는 아이, 담벼락 위의 오래된 이끼와 페인트 벗겨진 문틈에서 스며나오는 역사의 흔적까지. 그 모든 것이 길 위에서 새롭게 읽히는 삶의 이야기다.
페달 위의 몸은 분명 나이를 느끼지만, 마음은 여전히 젊다.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에 맞춰 숨을 고르고, 땀방울이 햇살에 반짝일 때, 삶의 단단함과 부드러움이 동시에 스며든다. 작은 가시 하나, 하루에 다섯 번 터진 타이어, 쏟아지는 소낙비, 무거운 고갯길, 심지어 자전거를 도둑맞았던 아픔까지 모두 그들에게는 하나의 시련이자, 여행의 일부다. 삶도, 여행도, 완벽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흔들림 속에서 어떻게 다시 일어서는가이다.
그들은 말한다. “길의 끝보다 오늘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합니다.” 45일째의 길 위에서, 오늘도 그들은 어제와 내일 사이에 서 있다. 길은 끝없이 이어지고, 바퀴는 묵묵히 굴러가며, 바람은 그들을 스치고 지나간다. 내일이 어떤 풍경과 어떤 사건을 가져올지는 알 수 없지만, 오늘의 페달이 내일의 길을 만든다.
길 위에서 그들은 자신과 마주한다. 지나온 세월, 만난 사람, 겪은 아픔과 기쁨이 하나씩 떠오른다. 어제의 피로와 오늘의 바람, 스쳐가는 기억들이 모두 녹아 바퀴 위에서 새로운 감각으로 이어진다. 유럽의 하늘 아래, 고요히 굽이치는 길 위에서, 그들은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오늘도 살아 있음에 감사하자.”
세월이 지나도, 나이는 숫자일 뿐임을, 도전은 늦지 않음을, 삶의 진정한 기쁨은 마음의 자유 속에 있음을, 그들은 바람과 바퀴 위에서 보여주고 있다. 하루하루의 작은 사건, 다섯 번의 펑크, 비에 젖은 바람, 허기를 달래는 라면, 무거운 고갯길, 그리고 자전거 도난과 재구입까지 모두가 여행의 이야기이고, 나이와 경험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서사다.
오늘도 그들은 길 위에 있고, 바퀴는 묵묵히 굴러가며, 바람은 그들을 따르며, 세상과 자신에게 깊은 이야기를 전한다. 작은 가시 하나에도 주저앉지 않고, 펑크 난 타이어와 무거운 짐을 묵묵히 다루며, 상실과 회복을 몸으로 겪은 그들은 삶과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준다. 그 길 위에서, 살아 있다는 것, 생은 아름답다는 것, 도전한다는 것, 그리고 마음이 자유롭다는 것의 의미를 배운다.
나는 두 분이 페이스북에 올리는 그날그날의 사진과 글을 통해서 나도 그들과 함께 길 위에 있다는 강한 연대감을 느낀다. 그 덕분에 여행은 단순히 그들의 것이 아니라, 함께 호흡하고, 함께 길을 걷는 듯한 경험이 된다. - 박철 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