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 의자가 너무 많았어
- 성미정
오늘은 불란서 초등학생 의자에 앉아
책을 읽어볼까 아니냐 우선 민트빛
의자에 꽃병을 올려놓고 시작해볼까
아니야 인더스트리얼 풍 의자에
앉아 시를 써보는 건 어떨까
그랬구나 요령의 시인
빨간 의자 노란 의자 파란 의자
고르느라 시 쓸 시간이 없었구나
이제 고놈의 알록달록 의자일랑은
모두 치워버리자 덤으로
의자에 앉아 쓴 머리만 커다랗고
다시가 후들거리는 시도
오늘부터는 의자에 앉으면 안 돼
시인이란 그 누구보다 의자를 나 몰라라
해야 할 의지박약한 존재이니
오늘부터는 김치를 썰다 시를 쓰는 거야
걸레로 방바닥을 닦다가 시를 쓰는 거야
장딴지가 탄탄한 시를 쓰기 위해 숨이 차도록
달리는 거야 그렇게 그렇게 마음속에
거치적거리는 고 상놈의 고상한 남의
알록달록한 의자를 가뿐하게 뛰어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