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신학/영성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사랑하는 딸” * 말씀: 마가복음 1장 11절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이 말씀을 묵상할 때마다 가슴이

ree610 2026. 7. 20. 08:51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사랑하는 딸”
* 말씀: 마가복음 1장 11절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
이 말씀을 묵상할 때마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세상의 어떤 화려한 직함보다 나의 존재를 강력하게 북돋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이 생명의 언어를 나 혼자만 간직할 수는 없다. 상처받아 웅크린 사람, 실패로 고개 숙인 사람, 세상의 기준 앞에서 스스로를 쓸모 없다고 여기는 모든 이들에게 가장 먼저 들려주고 싶다.
세상이 규정한 성공과 실패는 결코 우리의 마지막 이름이 아니다. 오늘 말씀은 상처 입은 사람을 일으키고 성공한 자를 교만에서 해방시킨다. 누구나 마땅히 들어야 할, 우리를 존재의 고향으로 부르는 근원적인 선언이다.

"하늘로부터 소리가 나기를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막 1:11)

1. 찢어진 하늘 아래서 들려온 존재의 선언

이 장엄한 음성은 예수님이 세례를 받고 물에서 올라오실 때 들려왔다. 죄 없으신 예수님이 죄인들의 죽음의 물속으로 내려가셨다. 지극히 높으신 분이 가장 낮은 자리에서 죄인들과 운명을 함께 하신 온전한 연대였다. 그때 하늘이 단순히 열린 것이 아니라 “찢어졌다”(스키조: 막 1:10). 이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가로막던 경계가 예수님 안에서 영원히 허물어진 우주적 사건이다.
마가복음 1장에서 찢어진 하늘은 훗날 십자가에서 예수님이 숨을 거두실 때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로 찢어지는 사건(막 15:38)과 수미쌍관을 이룬다. 물속의 세례와 골고다의 십자가는 하나의 구원 사건으로 연결된다.

2. 왕이면서 종이신 예수님

하늘의 음성 속에서 구약의 두 가지 거대한 물줄기가 합류한다.
“너는 내 아들”은 영광스러운 왕(시편 2편)을, “내가 너를 기뻐한다”는 고난받는 여호와의 종(이사야 42장)을 가리킨다. 왕의 권위와 종의 고난이 “예수 그리스도”라는 한 인격 안에서 절묘하게 교차한다.
예수님은 칼로 세상을 지배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하나님의 종”이 되어 사랑으로 섬기셨다. 이 철저한 낮아짐이 역설적이게 그분을 만물의 진정한 “주님”(퀴리오스)으로 우뚝 서게 했다(빌 2:11).  

3. 제국의 질서에 대한 전복

당시 “하나님의 아들”은 로마 제국에서 최고 권력을 쥔 황제들에게 바쳐지던 정치적 칭호였다. 그러나 마가복음은 제국의 중심지가 아닌 변방 갈릴리의 무명한 목수에게 이 칭호를 부여한다. 이는 권력과 착취로 세워진 세상의 폭력과 질서를 섬김과 희생으로 완전히 뒤엎는 강력한 사회 정치적 전복이다.

이 대관식에서 성자 예수님은 물에서 올라오시고, 성령님은 비둘기처럼 강림하시며, 성부 하나님은 기쁨의 음성을 발하신다. 구속사를 향한 성부, 성자, 성령이 어떻게 사랑의 사귐으로 협력하시는가를 보여주는 경륜적 삼위일체의 장엄한 그림이다.

* 마무리하며 - 김지철 목사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우리는 양자의 영을 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롬 8:14-15). 그러므로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과 딸이다"라는 말은 가벼운 자기암시가 아니다. 십자가와 부활 안에서 주어진 창조주 하나님의 구원 선언이다.
복음은 단지 부정적인 나를 보기 좋게 포장해 주는 위로가 아니다. 내 삶을 규정하는 주인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거룩한 사건이다. 과거의 상처나 실패의 경험, 또는 세상의 차가운 평가가 더 이상 나를 정의하지 못한다. 오직 하늘 아버지의 그 음성만이 나의 정체성을 규정한다.
부정적 자아를 이기는 길은 나를 부풀려 크게 만드는 데 있지 않다. 하나님께서 나를 누구라고 부르시는지 그 음성을 다시 듣는 데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이름을 자랑하고 선포하고 싶다.
"당신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사랑하는 아들, 사랑하는 딸로 부름 받았다"(요 1:12).

** 기도문

사랑의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사랑받는 아들과 딸로
우리를 단번에 품어 주시니 감사합니다.

세상의 차거운 평가와 내면의 깊은 상처에 얽매이지 않고,
하늘 아버지의 음성을 매 순간 듣게 하소서.

하나님의 기쁨이신 예수님을 따라,
우리도 하나님의 기쁨이 되는 삶을 살게 하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