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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매달린 십자가 옆에서 한 여인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연출한 장면이 아니다. 영화 '막달라 마리아-부활의 증인'에..

ree610 2026. 4. 10. 08:57

예수가 매달린 십자가 옆에서 한 여인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연출한 장면이 아니고 AI로 만든 장면도 아니다.

영화 '막달라 마리아-부활의 증인'(원제 Mary Magdalene, 2016년) 촬영 중 여주인공 루니 마라(Rooney Mara)가 슛이 끝난 틈을 타 담배를 태우는 모습이 우연히 카메라에 잡혔다.

예수는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했다.

이름은 막달라, 성은 마리아라고 종종 오해받는다.

이름에 출신지를 덧붙이는 과거의 관례를 따른 것이다. 정확히는 ‘막달라 출신의 마리아’다. 그래서 영어로는 Mary of Magdalene으로 표기한다. 막달라는 갈릴리 호수 근처의 마을인데 히브리어로는 미그달(Migdal = tower)이다.

막달라 마리아에 대한 또 다른 오해는 창녀 였다는 것이다. 신약성서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다. 6세기경 교황 그레고리오 1세가 설교하면서 막달라 마리아에 '회개한 창녀' 이미지를 덧씌웠는데 그게 계속 이어졌다.

신약성서에 나오는 간음을 해서 석형에 처해질 위기에 놓인 여인이 막달라 마리아라고 단정하기도 한다. (요한복음 8:1~11)

막달라 마리아는 창녀가 아니었고, 간음한 여자와 동일 인물도 아니다.

막달라 마리아는 누가복음 8장에 처음 등장한다.

예수가 열두 제자와 함께 곳곳을 다니며 복음을 전하고 병든 자들을 치유했는데, 악령을 쫓아내고 병을 고쳐준 여인들이 있었다.

예수의 힘으로 일곱 악령이 떨어져 나가자, 막달라 마리아는 제자되기를 자청하고 예수 일행과 동행한다.

막달라 마리아는 그냥 제자 노릇만 한 것이 아니라 예수 일행을 재정적으로 후원도 했다. 그럴만한 재산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영화는 예수가 일곱 악령을 쫓아낸 대목을 모티브로 삼았다.

영화 속 마리아는 어촌 마을인 막달라에 사는 처녀다. 가족이 정혼한 남자와 결혼하는 것이 영 내키지 않아서 거부했더니 가족들은 악령에 들려서 그렇다며 강제로 안수하는 등 학대한다.

심한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견디지 못한 마리아가 혼수상태에 빠지자 가족들은 사태가 심각함을 알고 마침 근처에 있던 예수를 불러 치료를 부탁한다.

예수와의 대화를 통해 심리적 치유를 경험한 마리아는 예수에게 세례를 받고 아예 제자가 된다.

예수와 제자들은 마리아를 일원으로 받아들인다. 마리아는 그냥 '원 오브 뎀'이 아니었다. 여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예수의 복음을 전했고, 여러모로 제자들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수제자인 베드로는 차츰 마리아를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한다.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영화 내내 지속된다.

예수의 부활을 목격한 마리아가 그 소식을 베드로에게 알리는 장면에서 양자는 선명하게 대비된다.

마리아가 예수의 부활 소식을 들떠서 전하니까 베드로는 꿈을 꾼 모양이네 하고 무시해버린다. 직접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고 계속 주장하자 다른 제자들까지 "그분은 이미 돌아가셨다"라며 베드로에게 가세한다.

마리아는 "예수가 말한 천국은 바로 이 자리에 있다"라고 단호하게 말하지만, 베드로를 포함한 제자들은 "그런 천국은 없어, 우리는 이미 실패한 거야"라며 자조하듯이 대꾸한다.

이후 제자들은 베드로를 중심으로 새로운 교회를 세우기로 한다. 한편, 마리아는 제자들과 결별하고 혼자 '예수의 복음'을 전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신약성서가 묘사하는 막달라 마리아는 참 매력적인 캐릭터다.

영화 '다빈치 코드' 덕에 '베드로 vs. 막달라 마리아', 예수의 숨겨진 연인으로서의 막달라 마리아가 재조명되었다.

신선한 접근으로 보이지만 기독교 초기부터 이어진 막달라 마리아에 대한 전승의 연장선이다.

2세기경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하는 초기 기독교 외경 중에 <마리아 복음서>가 있다. 마리아의 시각으로 해석한 '예수와 그의 복음'이다. <마리아 복음서>의 핵심 내용은 예수 사후, 두려움과 혼란에 빠진 제자들을 예수의 부활을 직접 목격한 마리아가 위로하고 '특별한 계시'를 전하는 것이다.

초기 기독교 이단으로 분류하는 영지주의 사상을 그대로 담고 있다. 한마디로 '예수의 비밀 계시를 받은 마리아야말로 진짜 제자이며, 구원은 (믿음이 아닌) 깨달음에 있다'라는 주장이라 파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기독교가 하나의 종교로서 틀을 완전히 갖추지 못했던 초기에는 다양한 견해와 주장이 서로 충돌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초기 기독교 내부에서 이념, 노선, 권력 투쟁이 이어졌고, 패배한 세력은 이단으로 정죄 받았다. 지금 우리는 승자의 기록을 통해서만 예수를 이해하는 것이다.

'베드로 vs. 마리아'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대립 구도다.

베드로는 교회 정통성의 근거다. 예수가 직접 선택한 열두 제자에게 부여된 사도적 권위와 그것을 계승하는 교회 조직의 공적 권위를 상징한다.

한편, 마리아는 그 권위 밖에 존재하는 인물이다. 예수가 '가장 사랑하는 제자'로서 예수의 가르침을 누구보다 더 깊이 이해했고, 다른 제자들보다 더 높은 통찰에 도달한 사람이다. 게다가 예수의 특별한 계시까지 받았으니 다른 제자들보다 더 큰 권위를 갖는다.

이러니 막달라 마리아를 추앙하는 세력이 초기 '제도 교회'에 얼마나 위협적이었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막달라 마리아라는 상징과 그가 대표하는 신학은 포용의 대상이 아닌 제거의 대상이었다.

'막달라 마리아-부활의 증인’, '다빈치 코드', 두 영화 모두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를 연인 관계로 묘사한다. 후자의 경우 아예 둘이 결혼했고 후손이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상상력을 발휘했다.

두 사람이 연인 사이였을 것이라는 문학적 상상력은 앞서 언급한 <마리아 복음서>와 3세기경에 쓰인 것으로 추정하는 또 다른 영지주의 문서인 <빌립보 복음서>가 제공한다.

내용 중에 예수가 마리아를 다른 제자들보다 더 사랑했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뺨에 자주 입맞춤했다'라고 번역될 대목이 수차례 등장한다.

<빌립보 복음서>는 원본이 아니라 콥트어 사본이 전해지고 너무 오래된 문서라 곳곳이 훼손되었다. '예수가 마리아에게 자주 입맞춤했다'로 읽히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키스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신학자들은 초기 기독교와 영지주의 문맥에서 '키스'는 일반적인 키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커플 사이에 성적 친밀감을 공유하기 위한 키스가 아니라 영적 교감, 가르침의 전달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본다.

어느 쪽이든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해서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를 연인 사이로 묘사하는 다양한 소설과 영화가 등장했다.

첨부한 사진 속 '담배 피우는' 마리아도 예수를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와 영화를 촬영하면서 실제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혼인 신고는 하지 않은 채 10년째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슬하에 2명의 자녀가 있다. - 김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