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고 합니다.
그래서 안부를 물을 때도 밥 먹었는지부터 묻고, 다음을 기약할 때도 밥 한번 먹자, 합니다. 지난 8월 15일 광복절, 독립운동가 후손들께 오찬을 대접하는 제 마음이 그랬습니다.
뜨는 한 숟갈, 안부를 여쭙고, 또 한 숟갈 나누며 오래도록 광복의 역사를 기억하고 싶어 마흔여 명의 후손분들을 사랑재로 모셨습니다.
메뉴부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귀하고 값진 음식은 많지만, 최종적으로 명태무침과 김치찜, 주먹밥과 설렁탕, 그리고 냉 미숫가루가 최종 메뉴에 들었습니다.


전채의 명태무침은, 유관순 열사를 기억하며 함께 나눴습니다. 명태반찬이 너무 맛있어, 기도시간에 '예수님의 이름' 대신 '명태의 이름'으로 기도를 올렸던 유관순 열사의 그 소박한 바람을 기억하는 메뉴였습니다.
본식에 앞서 나온 김치찜은, 백범 김구 선생을 위해 한 술 떴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어머니, 곽낙원 여사는 어려운 독립운동 시절 쓰레기통과 길바닥에 버려진 배춧잎을 모아 김치찜을 만들었다 합니다. 그 한 끼가 백범 김구 선생을 이끈 큰 힘이 된 것처럼, 광복의 자부심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본식이었던 설렁탕은, 광복을 위해 묵묵히 제 역할을 해온 평범한 국민 모두를 위해 한 그릇 놓았습니다. <운수 좋은 날> 소설처럼,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우리 민족과 함께한 설렁탕 한 그릇. 온 국민이 발 벗고 나선 투쟁의 역사를 떠올리게 되는 메뉴였습니다.
홍범도 장군의 든든한 끼니였던 주먹밥과 독립군의 전투식량 미숫가루도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밥 한 끼의 온기에 기대어 또 하루를 버텼을 독립운동가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숙연해집니다. 결국 자손만대가 잘 먹고 잘 지내길 바랐던, 독립운동에 담긴 그 마음을 되새깁니다.
앞으로도 국회가 독립운동 계승의 상징으로 광복 90년, 100년을 열어갈 수 있도록 후손 여러분께서 오래도록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국회의 정성에 화답해주신 독립운동가 후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우원식 국회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