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걸었지만, 하나님이 싸우셨다"
* 말씀: 여호수아 10장 14절, 42절
전쟁 이야기는 언제나 어렵고 난해하다. 더구나 “하나님이 싸우셨다”라는 표현은 우리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사랑의 하나님이 어떻게 전쟁의 주어가 되실 수 있는가? 더욱 위험한 것은 여호수아의 전쟁을 오늘 우리의 전쟁에 그대로 적용하는 일이다. 내 편은 하나님의 편이고, 나와 다른 자는 무찔러야 할 적이라는 이분법으로 도식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호수아 10장은 두 번이나 반복해서 말씀한다.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오늘 우리 삶에 적용해야 할까?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싸우셨음이니라“(수 10:14, 42)
1. "내가 네게 넘겨주었다": 승리의 약속
전투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님은 "넘겨줄 것이다”가 아니라 “넘겨주었다”(완료형)고 말씀하신다. 이미 승리의 방향이 하나님의 약속 안에서 결정되어 있었다.
믿음은 현실을 부정하는 낙관주의가 아니다. 적이 없는 척하는 순진함도 아니다. 믿음은 상황을 작게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더 크게 보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첫 명령은 "싸우라"가 아니라 "두려워하지 말라"(수 10:8)였다. 하나님은 여호수아의 손보다 먼저 그의 마음을 붙드셨다. 전쟁은 밖에서 시작되는 것 같지만, 가장 치열한 싸움은 마음의 전선에서 먼저 시작된다.
2. "밤새도록 올라가": 사람을 움직이는 약속
하나님이 "내가 넘겨주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여호수아는 길갈(해수면 아래 약 240m)에서 기브온(해발 약 740m) 산지를 향해 밤새 올라갔다(수 10:9). 거의 1000m의 높은 산지를 오르는 야간 강행군이었다. 하나님이 싸우신다는 약속은 여호수아를 침상에 편안히 눕히지 않았다. 오히려 그 약속이 그를 밤길로 내몰았다. 여기에 은혜와 책임의 신비가 있다. 하나님의 은혜는 인간의 책임을 없애지 않는다. 오히려 순종할 힘을 준다. 이미 주셨기에 걷는다. 약속받았기에 순종한다.
3. "여호와께서 싸우셨다": 승리의 주어
여호수아는 밤새 걸었고, 전쟁터에서 싸웠다. 그러나 여호수아 10장의 결론은 "여호수아가 잘 싸웠다"가 아니다.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싸우셨다"이다. 인간은 최선을 다하지만 최종 승리의 주어는 하나님이시다. 우리는 때로 실패하면 하나님 탓이라 비난하고, 성공하면 모두 내 실력이라 자랑한다. 성경은 두 극단을 넘어선다. 나는 책임 있게 걸어야 하지만, 내 인생의 궁극적인 구원자는 내가 아니다.
십자가가 바로 그 사실을 보여준다. 예수님은 칼을 들고 사람을 정복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자신을 내어주심으로 죄와 죽음의 권세와 싸우셨다. 우리의 싸움은 사람을 향한 전쟁이 아니다. 사람을 파괴하는 죄와 거짓, 미움과 절망에 맞서는 거룩한 싸움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전쟁은 폐기된 것이 아니라 재해석되고 변형된다.
* 마무리하며 - 김지철 목사
오늘 우리의 전쟁은 여호수아의 전쟁과 같지 않다. 바울은 “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요”(엡 6:12)라고 말씀한다. 우리에게도 싸움이 있다. 탐욕과 거짓, 혐오와 절망에 맞서야 한다.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악과 불의에도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무기는 미움과 폭력이 아니라 진리와 사랑, 정의와 평화이다.
하나님이 싸우신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도 걷는다. 해야 할 일을 하고, 지켜야 할 사람을 지키며, 선으로 악을 이긴다(롬 12:21).
하루의 끝에서, 이 고백이 우리 입술에서 터져나오기를 소망한다.
내가 걸었지만, 하나님이 싸우셨다. 내가 순종했지만, 하나님이 이루셨다.
** 기도문
사랑의 하나님,
두려움보다 주님의 약속을 더 크게 보게 하소서.
믿음으로 오늘의 길을 힘써 걷게 하소서.
사람을 함부로 적으로 삼지 않게 하소서.
진리와 사랑으로 악에 맞서게 하소서.
십자가에서 우리를 위하여 싸우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오늘도 모든 영광을 주님께 돌리게 하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