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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 담론과 실천을 돌아보며: 우리가 놓친 본질과 미완의 과제들 -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검찰개혁의 상징이었던 검찰청법 폐지법안과

ree610 2026. 4. 11. 07:36

검찰개혁 담론과 실천을 돌아보며: 우리가 놓친 본질과 미완의 과제들
-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검찰개혁의 상징이었던 검찰청법 폐지법안과 함께 공소청 신설법안과 중대범죄수사처 신설법안이 드디어 지난 3월25일 국회를 통과했다. 대통령에게만 충성하며 국가와 사회에 군림해온 무소불위 검찰청이 공소청과 중수처로 완전히 쪼개져서 곧 박물관으로 사라질 것이 국민의 이름으로 확정된 셈이다. 수사와 기소가 조직적으로 분리된 형사사법의 새 길이 날지는 막판까지도 안개 속이었다. 정부안 성안 과정과 당정청 협의 과정이 모두 순탄치 않고 파열음이 끊이지 않았다. 기대를 모았던 두 차례의 정부안은 개탄스럽게도 누가 봐도 검찰기득권 수호법안이었다. 촛불시민들이 경악과 분노로 부글부글 끓었고 그나마 국회법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아줬다. 드디어 지난 3월 16일 밤 이재명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민심을 수용했다. 대통령의 결단으로 특사경 수사지휘권 박탈을 포함한 ‘검수완박’이 관철되고 검찰개혁이 비로소 모양을 갖췄다. 그러나 검찰개혁은 수사-기소 분리로 끝날 일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검찰개혁은 지난 수년간 가장 뜨거운 정치적 화두였으나 그 담론과 실천의 폭은 갈수록 왜소해졌다. 본래 검찰개혁의 본령은 견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해체, 재편해서 형사사법 절차에서 국민의 인권을 수호하는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게 만드는 데 있다. 여기에 필요한 검찰 제도의 법적 틀 전반을 손보는 것이 검찰개혁이 해야 할 일이다. 애당초 검찰개혁 논의는 정치검찰의 통제와 해체에 초점을 맞춰 시작했으나, 어느 순간부터 이것이 ‘수사·기소 분리’ 혹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프레임으로 옮겨갔다. 정치검찰 해체를 포함한 핵심 개혁 의제들이 슬그머니 시야와 논의에서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같은 검찰개혁 담론의 빈곤화와 파편화는 정치권의 편의주의와 검찰의 생존전략, 학계의 직무 유기와 언론의 무관심이 맞물린 결과로 개혁의 실천적 한계를 필연적으로 설정하고 말았다.

검찰개혁 담론이 놓친 첫 번째 본질적 의제는 대통령의 검사인사권 독점 문제다. 대한민국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늘 도마 위에 오르는 근본 원인은 대통령이 2,300여 명에 달하는 모든 검사의 임용과 승진, 보직 경로를 100% 장악하고 있는 비정상적 인사구조에 있다. 실은 이것이 제왕적 대통령을 만들어 내는 핵심 권한의 하나다. 이는 민정수석실의 관여를 통해서 대통령 1인의 의중이 검찰 조직 전체의 목줄을 쥐는 결과를 낳으며, 검사들이 정권의 입맛에 맞게 움직이는 ‘해바라기성 줄 세우기’ 문화를 필연적으로 초래한다. 인사권이라는 뿌리가 대통령에게 종속되어 있는 한 수사권을 박탈하고 기소권만 남겨두더라도 기소권의 정치적 오남용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대통령의 검사인사권 문제는 야당일 때는 줄기차게 외치다가 여당이 되면 쏙 들어가는 대표적인 내로남불의 하나다.

실은 대통령이 검찰총장과 검사장급만 인사권으로 장악해도 나머지 검사들은 ‘검사동일체 원칙’이라는 위계 구조를 통해 일사불란하게 지휘할 수 있다. 검사의 독립관청성과 양립하기 어려운 강한 검사동일체 원칙은 검사에게 양심적, 전문적 판단에 의한 직무면제요구권이나 법정 내 자유 발언권을 인정하는 방식으로 더 완화하여야 맞다. 그러나 견제받지 않는 대통령 인사권이 존재하는 한 그 실효성은 낮을 것이다. 독일이 연방검찰총장 임명 시 주정부 대표로 구성된 연방참의원의 동의를 구하고, 헝가리가 검찰총장 임명에 의회의 2/3 이상 동의, 즉 야당의 동의를 구하게 한 입법례와,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독립적 헌법기관인 ‘최고사법평의회’에 검사인사권을 맡기고 행정부의 개입을 차단하는 입법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 번째로 외면당한 과제는 ‘법무부의 검찰화’와 그로 인한 문민 통제의 상실이다. 본래 법무부는 검찰을 감독하고 견제하는 문민 통제의 본산이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법무부 차관과 검찰국장 등 요직을 현직 검사들이 독점해 왔다. 이는 감독기관을 피감독기관의 구성원이 장악하는 기형적 구조이다. 결과적으로 법무부가 검찰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검찰이 법무부를 통해 조직 이익을 관철하는 ‘역전 현상’이 초래됐다. 법무부의 인적 구성을 변호사나 법학교수 등 검사를 대체할 법전문가들로 탈검찰화해서 법무부를 실질적인 검찰 통제기관으로 세우는 작업 없이는 검찰은 사실상 대통령의 직할 부대로 남을 뿐이다.

세 번째는 검찰의 기소 독점권을 견제할 시민적 통제 장치인 ‘기소배심제’의 부재다. 수사권이 분리되어도 검찰이 기소 여부와 기소 혐의, 기소 시점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한, 검찰은 여전히 보완수사요구권을 통해 특정 표적을 향한 ‘먼지털이식’ 압박을 가하거나 정권 실세를 보호하는 권한을 여전히 유지한다. 현재의 수사기소심의위원회처럼 검찰총장이 위촉한 전문가들이 권고 의견만 내는 방식은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무죄 주장 사건, 표현의 자유 침해 사건, 대기업의 ESG(환경, 인권, 지배구조) 책임 위반사건, 정무직과 판검사의 독직비리 사건 등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안에 대해서는 시민들이 직접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기소배심제를 필수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네 번째로, 개혁 담론에서 유독 소외되었던 지점은 행정부 소속 특별사법경찰(특사경)에 대한 수사지휘권 문제다. 특사경은 민생현장과 기업활동에 관한 각종 규제 입법과 기업 형법을 다루는 전문분야 경찰을 의미한다. 전국적으로 2만 명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지난 2021년의 수사권조정 국면에서도, 이번 검찰개혁 국면에서도 검찰의 특사경 수사지휘권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조세, 금융, 노동, 환경, 해양, 식품, 약품, 건축 등 전문 분야를 다루는 특사경은 검찰에게 권력과 네트워크, 이권을 보장하는 황금거위였다. 이번에 이재명 대통령의 막판 지시로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삭제된 것은 전관 비리를 포함한 검찰 비리의 거대한 황금어장을 걷어냈다는 점에서 아주 큰 성과다. 다만 특사경이 실질적 수사 주체가 되고 검찰은 법률검토와 자문에 집중하는 정교한 협력 시스템 설계와 특사경의 전문 수사역량 강화 방안 마련이라는 과업이 남아있다.

다섯 번째는 헌법에 박힌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문제다. 1961년 군사쿠데타 이후에 삽입된 이 규정은 사전 영장실질심사제도가 없던 시절에 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검찰의 경찰수사 지휘권을 전제로 만들어진 헌법적 대못이다. 이미 사전 영장실질심사제와 사후 구속적부심제가 확립된 지금의 사법체계에서, 더욱이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내려놓을 것이 확정된 상황에서, 수사기관이 영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사항에 대해 판사가 최종 결정하기 전에 검사의 검토까지 이중 통제를 받게 해야 할 합리적 이유가 있을지 의문이다. 개헌을 통해 영장청구의 주체를 법률로 정하도록 유연화함으로써 검사는 본연의 기소 및 공소 유지 기능에 집중하게 해야 한다.

여섯 번째 과제는 검찰 권력의 사유화를 막기 위한 전관 비리의 근절이다. 전관 비리의 몸통은 판사보다 검사다. 지금까지 수사와 기소, 형 집행의 모든 단계에서 막강한 권한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특히 퇴직 검사들이 재직 시 쌓은 공적 네트워크를 이용해 수사와 기소 축소 은폐, 형벌 감경과 가석방 편의 등으로 막대한 수임료를 챙기는 행태는 사법 정의를 뿌리째 뒤흔드는 범죄행위다. 전관 비리 근절이라는 공익은 일부 퇴직 검사의 직업의 자유보다 훨씬 중대하다. 누가 보더라도 공직 경험의 사유화와 영리화가 불가능하다고 느낄 만큼, 상당 기간의 변호사 개업 금지나 관련 기업 취업 금지 등 현행보다 훨씬 강력한 수준의 규율이 도입되어야 한다. 잘못된 동료의식의 발로와 퇴직보험 용도로 법과 정의를 비틀고 국민 불신과 조롱을 자초하는 전관 비리라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유산인지 현직 판검사들과 온 국민이 총궐기할 사안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본질적 개혁 의제들이 그동안 왜 정치권과 언론, 학계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는지를 짚어봐야 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정치검찰 해체가 검찰개혁의 첫 번째 목표였는데도 정치검찰을 낳는 대통령의 인사 전권 문제는 논의 밖이었다. 검찰총장 추진위 구성의 중립화 방안이나 검사장 주민직선제 등 개혁 입법을 강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당은 대통령 권한이라 입을 다물었고, 야당은 지리멸렬해서 생각 자체가 없었다. 권력에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해야 할 책임을 지닌 언론과 복잡다단한 진실을 해명해야 할 책임을 지닌 관련학계도 제 역할을 방기했다. 반면 ‘수사권 박탈’이라는 선명한 구호는 시민 설득과 지지층 결집에 유리해서 정치 가성비가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수사-기소 분리의 문제점을 과장하고 수사-기소 분리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반발하기만 하면 됐다. 외부의 이목을 자연스럽게 그리로 유도하며 인사제도 논의나 시민 통제 논의, 특사경 논의를 성공적으로 차단할 수 있었다.

위에서 보았듯이 검찰은 사법부에 맞춰 대검, 고검, 지검으로 나눈 무시무시한 검찰청 조직을 가진 것으로 성에 안 차 3만 5천 수사경찰은 물론이고 2만여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종 부리듯 부렸으며 법무부를 장악했다. 특히 특사경 수사지휘권을 통해 특사경을 운용 중인 대부분 행정조직(국세청, 노동청, 환경청, 식약청, 산림청, 해양청 등 외청, 시청, 도청 등 각 지자체)에 막강한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어떤 집단도 갖지 못한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온갖 규제당국 및 피규제 기업들과 구축했다. 이것이 검찰의 권한 남용 공간이자 뇌물과 향응 등 독직비리 창구로 작동했다. 검찰은 검사동일체의 강고한 위계질서 아래 무제한적 수사(지휘)권과 헌법상의 영장청구권, 독점적이고 편의적인 기소권한을 행사하며 국가 내부의 국가로서 거대한 특권 조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검찰은 법무부의 외청을 훌쩍 뛰어넘어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 3부에 비견할 만한 ‘검찰부’의 위상과 권력을 향유했다. 오직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척하며, 국가권력의 꼭대기에서 정치권, 관계, 재계, 언론계 등 국가와 사회의 중요부문 위에 군림해 온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지금의 수사-기소 분리로 검찰개혁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미몽과 환상에 가깝다. 간신히 가장 중요한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검찰개혁의 목표는 검찰의 견제 없는 집중 권력을 해체하여 민주적 통제시스템 속으로 되돌려놓는 것이어야 한다. 법무부, 의회, 법원, 시민, 언론이 각기 다른 층위에서 검찰권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촘촘한 그물망을 완성할 때, 비로소 검찰개혁은 마무리된다. 이제는 검찰 수사권 논란에서 벗어나 우리가 놓쳤던 좀 더 본질적인 개혁 과제들을 공론화의 장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무엇보다도 그래야만 수사-기소 분리 개혁이 뿌리내리고 기대효과를 낼 수 있다. 그래야 세계에 유례없이 견제 없는 집중 권력을 누렸던 한국의 정치검찰을 민주사회의 인권검찰로 정상화하고, 진정한 법치주의의 기틀을 세울 수 있다. 윤석열의 망나니 검찰정권을 3년이나 경험하고 나서도 검찰 권력이 정권의 주구로 전락하거나 마구 날뛰는 꼴을 두 번 다시는 볼 수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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