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의 저울
- 김수우
종이 봉투가 되어버린 내 머리통에서
푸른 사내는 뭔가 끄집어내 투덜투절 내던진다
눈만 끔벅였다 난처했다
한 짝 슬리퍼나 사과 꼭지, 빨래판, 녹슨 화살촉도 보인다
전갈이나 지네도 허우적허우적 떨어진다
내 속에 저런게 있었다니
점점 난처하다
배고픈 늑대를 화분에 심는 일만큼이나 난처하다
전혀 모른다고 내가 키운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 입술은 암모나이트 화석이다
뚜겅을 잃어버린 만년필 까닭이 분병하지만
시체들 각막을 모아놓은 시 때문이 틀림없지만
머리 뚜겅이 열린 채 눈동자 굴릴 때마다
저울추가 팽팽해진다
고대 벽화 속 토우가 햇살을 게우듯
갈고랑이 손을 가진 사태가 추썩거릴 때마다
하늘에 연두가 번져간다
울경불경 잡동사니 도깨비들, 바다로 가는 모양이다
전갈이나 지네를 차라리 따라갈까
큰 집게나 많은 발이 아니라
그들이 독이 절실했던 시대가 좀 많았으니
난처한 밥, 난처한 무릎, 난처한 자살, 난처한 위정자까지
보도블럭 촘촘한 봄을 세우는 연두의 저울눈들
빈 봉투가 되는 동안
점점 난처한, 점점 뻔뻔한, 점점 그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