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글

돌아가는 길 / 류근 새들은 땅에 내려와 죽는다 물고기는 물 위에 떠서 죽는다 죽을 땐 다 같은 높이에서 죽는 거다 죽고 나면 모두 다 같은

ree610 2026. 3. 14. 09:50

돌아가는 길 / 류근

새들은 땅에 내려와 죽는다
물고기는
물 위에 떠서 죽는다
죽을 땐 다 같은 높이에서 죽는 거다
죽고 나면 모두 다
같은 높이에서 만나는 거다

사람아
한 생애 저물거든
비로소 같은 머리맡에서 만나자
아래도 위도 없는 환한 허공에
우리끼리만 아는 약속으로만 꽃밭을 일구어서
죽은 물고기에도 한잎 주고
죽은 새에게도 한잎 주고

말갛게 한잎씩 나누어 주고

비로소 만난 우리 가슴 위에도
살아서 서럽던 날들을 이야기하자
눈물은 사람의 일
목숨 벗고 마침내 눈빛 하나로 야위었으니
떠돌던 마음 다 데려다 이불을 덮자
저문 세상에 별들도 보내고
흐린 하늘에 비도 뿌리고

몸 없이 꿈도 없이
우리 죽음의 거룩한 빛을 함께 나누자

죽고 나면 모두 다
같은 높이에서 만나는 거다
새들도
살아서 저물었던 물고기도

젖은 꽃잎이었던 우리 사랑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