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석지
- 김수목
언제부터인지 난 구석이라는 말보다
구석지라는 말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일정한 영역을 확보한 듯한 여유로움
범접할 수 없는 어둠과
추억을 한꺼번에 간직한 느낌
치명적인 비밀이 켜켜이 쌓여
은밀한 유혹으로 다가가야 할 건만 같은
구석지에 쌓인 먼지조차도 사랑하게 되었다
티끌만 한 것들이 뭉치고 뭉쳐
뭉치면 살고 흩어져 죽지 않고
동그란 별이 되어 서로 마주하고 있는
구석지에서도 측백나무 꽃은 피어난다
모든 생은 햇살 때문이지만
빛도 없이 피어나는 이런 생도 눈여겨볼 만하다고
잠시 잠깐 어둠이 비켜준 구석지에서 피어나는
더 이상 손볼 곳 없는 아름다운 구석지가
세상 어느 곳에나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