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막만 한 고요
- 강미정
갑자기 그것이 펼쳐졌다
오므린 꽃봉오리가 꽃잎을 쫘악 펼치는 동영상처럼
소복이 쌓인 눈 사르르 죽은 자리
찬바람 맞아 거뭇거뭇 타들어간 민들레꽃에 앉아
날개도 접지 않고 절명한 나비 한 마리
마지막으로 핀 그 꽃에
마지막으로 남은 힘으로 나비 날아들었을 때
가녀린 꽃대 아래 드리워진 검은 그림자
하얗게 지워준 눈
아직도 해끗해끗 담 그늘에 남았다
추운데 혼자서, 한 덩이 어둠이 녹을 때까지
조마조마 기다린 저 조막만 한 땅, 이제사 잠들겠다
마지막까지 꽃 피워낸 마음
숨질 때까지 꽃향기 찾아온 마음
다시 조막만 한 땅에게 전해줄 때까지
고요히 죽음을 맞겠다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