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신학/영성

“치매에 걸린 인간, 기억하시는 하나님!” * 말씀: 호세아 4장 6절 어느 날 거울 앞에서 낯선 얼굴을 본다. 자신의 이름이 떠오르지

ree610 2025. 10. 30. 06:50

“치매에 걸린 인간, 기억하시는 하나님!”
* 말씀: 호세아 4장 6절

어느 날 그는 거울 앞에서 낯선 얼굴을 본다. 자신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내의 얼굴, 자녀의 목소리, 어제의 기억이 서서히 희미해진다. 치매에 걸린 인간의 모습은 단순한 질병의 은유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신앙적 현실이다.

“내 백성이 지식이 없으므로 망하는도다. 네가 지식을 버렸으니 나도 너를 버려 내 제사장이 되지 못하게 할 것이요, 네가 네 하나님의 율법을 잊었으니 나도 네 자녀들을 잊어버리리라.”(호세아 4:6)

1. 하나님을 잊은 시대의 초상

호세아의 시대처럼 오늘의 인간도 하나님을 잊어버렸다. 하나님을 잊고도 잊은 줄 모르는 시대가 되었다. ‘기억 상실’은 곧 신앙 상실이다. 호세아가 본 이스라엘의 죄는 하나님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한때 알았으나 ‘잊은’ 것이었다. 그들은 출애굽의 구원을 경험했지만, 풍요의 시대에 그 기억을 잃어버렸다.
‘하나님을 잊은 기억 상실’, 이것이 호세아가 진단한 신앙의 병리였다. ‘지식을 버렸다’는 말은 단순한 무식이 아니라 의지적 망각이었다. 그리하여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네가 나를 잊었으니, 나도 너를 잊으리라.” 그러나 이것은 관계의 단절이 아니라, 회복을 향한 하나님의 슬픈 탄식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본질적으로 잊지 않으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2. 진정한 ‘지식’이란 사랑이다

호세아가 말한 ‘지식’(daat)은 단순한 정보의 소유가 아니다. 이는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아는 것이다. 아는 것과 사랑하는 것은 함께 간다. 그런 점에서 참된 지식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사라진다는 것은 곧 사랑이 식었다는 뜻이다.지식 없는 신앙은 맹목이 되고, 사랑 없는 지식은 교만이 된다. 호세아의 경고는 지성의 부족보다 사랑하는 관계의 단절을 가리킨다.

3. 기억하시는 하나님

그러나 놀라운 것은, 인간이 하나님을 잊어도 하나님은 인간을 잊지 않으신다.
이사야는 하나님의 심정으로 토해낸다.
“여인이 어찌 그 젖 먹는 자식을 잊겠으며...그들은 혹시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아니할 것이라.”(사 49:15)
하나님은 인간의 망각을 아시기에, ‘기억의 제도’를 만드셨다. 안식일은 창조를 기억하는 날(출 20:8-11)이고, 유월절은 출애굽을 기억하는 절기였다(출 12:14). 그러나 인간은 이 기억의 제도들을 형식화시켰다. 마침내 인간의 망각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하나님은 아들을 이 땅에 보내셨다(요 1:14). 예수님의 성육신은 ‘기억하시는 하나님’의 가장 명확한 증거이다. 예수님 존재 자체가 ‘하나님의 기억’의 표징이다. 예수님은 제자들과의 마지막 만찬 자리에서 말씀하셨다.

“...너희가 이를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눅 22:19)
‘기념하라’(anamnesis)는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과거의 사건을 현재로 불러오는 역동적 기억이다. 성찬은 곧 기억의 예전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먹고 마시는 것은 우리의 영적 치매를 치유하시는 하나님의 처방이다. 예수님의 몸과 피로 기억하게 하신 하나님, 이것이 새 언약의 기억법이다. 우리가 자주 성찬예식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 마무리하며 - 김지철 목사

호세아의 시대처럼 오늘도 하나님을 잊은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잊지 않으시는 하나님이 계시기에, 구원의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인간의 신앙이란 결국 하나님에 대한 기억을 되찾는 여정이다.
‘기억의 회복’이 곧 ‘지식의 회복’이며, ‘사랑의 회복’이다. 우리는 매일 망각과 싸운다. 기도를 잊고, 말씀을 잊고, 부르심을 잊는다. 그러나 성령은 ‘기억의 영’이시다.

“보혜사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 그가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리라.”(요 14:26)

성령은 하나님의 말씀을 다시 기억나게 하시는 분이다. 그분의 도우심으로 우리는 잊은 자에서 기억하는 자로 회복된다. 하나님을 잊는 것은 존재의 붕괴이며, 하나님을 기억하는 것은 존재의 회복이다. 그 기억의 이름이 곧 예수 그리스도이다.

“인간은 하나님을 잊지만, 하나님은 인간을 기억하신다. 그 기억이 은혜이며, 그 기억이 사랑이다.”(While humanity forgets God, God never forgets humanity; His remembrance is grace itself, and His memory is love)

기도문

우리를 기억하시는 하나님, 주님을 잊은 우리는
삶의 중심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잊지 않으시는 주님께서
망각 속에 빠진 우리를 다시 불러주십니다.

이제 하나님을 아는 지식으로 깨어나게 하시고,
그 기억을 사랑으로 되살리게 하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