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신학/영성

‘게으름’, 시간을 죽이는 죄 * 말씀: 데살로니가후서 3장 10-13절 시간은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공평한 선물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ree610 2025. 10. 23. 10:15

‘게으름’, 시간을 죽이는 죄
* 말씀: 데살로니가후서 3장 10-13절

시간은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공평한 선물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인간은 이 시간을 가장 가볍게 흘려보낸다. 게으름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시간을 무의미 속에 묻어버리는 죄이다. 바울이 경계한 "게으르게 행하는 자"(살후 3:11)의 내면은 바로 이 허무의 영성 속에 갇힌 인간의 초상이다.

1. '살아 있는 시간'

성경의 첫 장면에서 하나님은 '일하시는 분'으로 등장한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창 1:1).
"하나님이...그가 하시던 모든 일을 그치고 일곱째 날에 안식하시니라."(창 2:2)

하나님은 일하심 속에서 쉼을 창조하신 분이다. 노동과 쉼은 창조의 리듬이며, 인간에게 위탁된 시간의 성화이다. 그러므로 게으름은 단순한 '일의 중단'이 아니라, 시간을 거룩하게 만드는 리듬을 파괴하는 행위이다. 바울이 "일하기 싫거든 먹지도 말라"(살후 3:10)고 한 까닭은, 노동이 생계의 수단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형상을 구현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노동은 창조에의 참여이며, 게으름은 창조로부터의 이탈이다.

2. 게으름은 의미의 결핍

게으름은 흔히 '힘이 없음'으로 오해되지만, 실제로는 ‘의미의 부재’에서 시작된다. 게으른 사람은 '할 수 없는 자'가 아니라, '할 이유를 잃은 자'이다. 게으름은 에너지의 문제가 아니라, ‘의미 상실’의 문제이다. 성경에서 게으름은 단지 '행동의 부재'가 아니라, '소명의 거부'로 나타난다. 마태복음 25장의 달란트 비유에서 한 달란트를 땅에 묻은 종은 일을 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 부르심을 거절한 사람이다. 그는 두려움 때문에 멈췄고, 그 두려움이 시간을 죽였다. 게으름은 "미루는 습관"이 아니라 "소명을 잃은 마음의 상태"이다.

중세 수도사들은 게으름을 '아케디아 (acedia)'라 일컬었다. ‘한 낮의 마귀’ 또는 ‘영혼의 원수’라 부르기도 했다. 게으른 사람은 단지 몸이 무거운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열정이 식은 사람이다. 게으름은 사랑의 결여이다. 사랑이 식으면 인간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때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아니 시간은 흐르되, 영혼은 경직된다. 게으름은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사랑의 부재로 인해 시간과 존재가 굳어버린 상태다.

3. 게으름은 인간 관계를 무너뜨린다

바울이 게으름을 죄로 본 또 하나의 이유는, 그것이 공동체적 불의이기 때문이다. 초대교회는 '서로의 짐을 지는 공동체'(갈 6:2)였다. 그런데 게으른 자들은 "일하지 아니하고 일을 만들기만 하는 자들"(살후 3:11)이었다. 그들은 노동을 회피하면서도, 공동체의 자원을 소비하고 불평과 소문으로 분열을 일으켰다. 게으름은 공동체를 병들게 한다. 그것은 타인의 수고를 당연시하고, 타인의 노동을 '자연스러운 권리'로 여기는 영적 불감증이다.

예수님은 게으름을 "깨어 있지 않음"으로 규정하셨다.  
"그런즉 깨어 있으라. 너희는 그 날과 그 때를 알지 못하느니라"(마 25:13).
게으른 자는 깨어 있지 않다. 그는 시간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망각했다. 그에게 시간은 은총이 아니라, 부담이며, 심판이다. 그러나 '깨어 있는 자'는 시간을 방치하지 않고, 시간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 넣는다. 그의 하루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소명으로서의 현재, 곧 카이로스(kairos)로 승화한다.

* 마무리하며 - 김지철 목사

게으름은 단순히 일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공허 속에 내던지는 죄이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시간을 주시며, "이 시간을 통해 나와 동행하라"고 초대하신다. 게으름은 그 초대를 거절하는 죄이며, 사랑은 그 초대에 응답하는 행위이다.
우리는 오늘도 묻는다. 어떤 마음으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
‘살아 있는 이유’, ‘사랑하는 이유’가 내 속에 깨어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시간에 생기를 불어넣는 하나님의 사역인 것이다.

“게으름은 시간을 죽이지만, 사랑은 시간을 구원한다.”(Laziness kills time, but love redeems it)

기도문

시간의 주인이신 하나님,
우리의 시간을 허비하지 않게 하소서.
게으름으로 시간을 죽이지 않고,
사랑으로 시간을 살리게 하소서.

당신이 일하시는 그 거룩한 시간, 카이로스 속에서,
우리의 하루가 살아있는 예배가 되게 하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