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와 신학/영성

산을 구한 아버지, 샘을 구한 딸 * 말씀: 여호수아 14장 12, 15, 19절 여호수아 14장과 15장은 아버지 갈렙과 딸 악사의 이야기를

ree610 2026. 7. 13. 06:15

산을 구한 아버지, 샘을 구한 딸
* 말씀: 여호수아 14장 12, 15, 19절

여호수아 14장과 15장은 아버지 갈렙과 딸 악사의 이야기를 나란히 배치한다. 팔십 오세의 갈렙은 말한다. "이 산지를 지금 내게 주소서"(12절) 딸 악사는 말한다. "내게 복을 주소서...샘물도 내게 주소서."(19절) 아버지는 산을, 딸은 샘을 구한다. 이 두 요청은 욕심이 아니라 약속을 살아내는 두 가지 믿음의 언어다. 믿음은 산에서 멈추지 않는다. 믿음은 샘도 구한다. 메마른 땅을 적실 물, 다음 세대가 뿌리내릴 생명의 조건을 구한다.

1. 산을 구한 아버지: 약속은 늙지 않는다

갈렙은 늙었다. 그러나 낡지 않았다. 그가 지목한 “이 산지”는 우연한 땅이 아니다. 그곳은 헤브론, 곧 아브라함이 처음 제단을 쌓고 사라를 장사한 막벨라 굴의 땅이다(창 23장). 갈렙의 요청은 단지 영토가 아니라 족장 언어의 원형을 되찾는 행위였다.
더 놀라운 것은 그곳에 아낙자손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40 여년전, 열 정탐꾼의 무릎을 꺽었던 바로 그 두려움의 실체다(민 13장). 갈렙은 자신을 40년 광야로 몰아넣었던 그 두려움의 정확한 지점으로 되돌아간다. 회피가 아니라 정면 응시로 극복한다.
그의 고백에서 가장 빛나는 말은 "지금"이다. 믿음은 지나간 날의 회상이 아니라 오늘의 순종이다. 사람은 늙어도 약속은 늙지 않는다. 낡는 것은 우리의 기억과 용기일 뿐이다.

2. 샘을 구한 딸: 은혜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산을 얻었다고 삶이 저절로 피어나지는 않는다. 딸 악사는 남방(네겝)의 메마른 땅을 받았다. 장소는 있으나 생명이 없었다. 악사는 나귀에서 “뛰어내렸다”(수 15:18). 딸은 내려서서, 마주 서서, 정직하게 구한다. “샘물도 내게 주소서” 그러자 아버지 갈렙은 윗샘과 아랫샘을 주었다(수 15:19).
악사는 그 땅의 현실을 정확히 보았다. 남방 땅은 메마른 땅이었다. 땅은 있지만 물이 필요했다. 약속은 받았지만, 그 약속을 살아낼 샘이 필요했다.
믿음은 추상적인 은혜만 말하지 않는다. 믿음은 구체적인 필요를 말할 줄 안다. 산은 사명의 자리이고, 샘은 생명의 조건이다. 산만 있으면 사람은 탈진한다. 샘만 있으면 사람은 안주한다.

3. 세대는 반복이 아니라 응답으로 이어진다

갈렙과 악사의 이야기는 신앙의 계승을 새롭게 보게 한다. 딸은 아버지의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시대에는 산을 구하는 용기가, 딸의 자리에서는 샘을 구하는 지혜가 필요했다.
신앙의 계승은 단순한 복사가 아니라 자기 시대의 언어로 응답하는 것이다. 갈렙은 딸의 요청을 "이미 땅을 받았으면 충분하지 않느냐"고 꾸짖지 않았다. 딸의 열망을 생명을 향한 정직한 목마름으로 들었다.

복음의 신비는 여기에 있다. 그리스도 안에서 산과 샘이 하나가 된다.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라"(요 4:14). 성전에서 그는 외치셨다. "누구든지 목마르거든 내게로 와서 마시라"(요 7:37). 그리고 마침내 골고다 산 위에서, 창에 찔린 옆구리로부터 피와 물이 함께 흘러나왔다(요 19:34). 산 위의 십자가가 곧 생명의 샘이 되었다.

* 마무리하며 - 김지철 목사

오늘 교회와 가정에도 이 지혜가 필요하다. 앞선 세대는 붙들 만한 산을 보여주어야 한다. 인생을 걸 만한 부르심, 감당할 만한 사명이다. 동시에 마르지 않는 샘을 파야한다. 쉼과 돌봄, 배움과 위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은혜의 공간이다. 산은 사명을 깨우고, 샘은  생명을 살린다. 십자가에서 산과 샘이 한 몸이 된다는 사실, 이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자랑이다.

** 기도문

약속의 하나님,
갈렙처럼 오래된 약속을 오늘의 믿음으로 붙들게 하소서.
악사처럼 메마른 땅의 필요를 용기있게 구하게 하소서.

앞선 세대는 사명의 산을 보여주고,
다음 세대는 생명의 샘을 발견하게 하소서.

십자가의 산과  생수의 샘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와 공동체를 새롭게 하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