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까이 있는 말씀, 가까이 오신 그리스도
* 말씀: 신명기 30장 14절
하나님의 말씀은 먼 하늘 위에 숨겨진 비밀이 아니다. 특별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신비한 지식도 아니다. 말씀은 이미 우리 가까이에 있다. 우리의 입에 있고, 마음에 있고, 삶의 자리 한복판에 있다.
모세는 말한다. 하나님의 명령은 어렵거나 먼 것이 아니라고. 여기서 “가깝다”는 말은 물리적 거리만이 아니라 관계적 친밀함을 뜻한다. 말씀은 멀리 있는 정보가 아니라, 가까이 다가온 하나님의 음성이다.
“오직 그 말씀이 네게 매우 가까워서 네 입에 있으며 네 마음에 있은즉 네가 이를 행할 수 있느니라”(신 30:14)
1. 말씀은 하늘 끝의 비밀이 아니라 오늘의 부르심이다
인간은 종종 하나님의 뜻을 너무 먼 곳에서 찾으려 한다. 특별한 계시, 놀라운 표적, 압도적인 확신을 기다린다. 그러나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다른 길을 보여 준다. 말씀은 하늘 위에 있어서 누군가 올라가 가져와야 하는 것도, 바다 건너에 있어서 누가 건너가 가져와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하나님은 말씀하시는 분이다. 들리도록 말씀하시고, 기억되도록 말씀하시며, 순종할 수 있도록 가까이 오신다. 그래서 신앙의 문제는 “몰라서”가 아니라 “외면해서” 생긴다. 우리는 이미 용서해야 함을 알고, 정직해야 함을 알고, 사랑해야 함을 알고, 하나님께 돌아가야 함을 안다. 말씀은 멀리 있지 않다. 다만 우리의 마음이 멀어져 있을 뿐이다.
2. 말씀은 입에 있고 마음에 있다
말씀의 자리는 “네 입”과 “네 마음”이다. 입은 고백의 자리이고, 마음은 결단의 자리다. 말씀은 단지 귀로 듣고 지나가는 소리가 아니다. 입술의 고백이 되고, 마음의 방향이 되고, 삶의 실천이 되어야 한다.
이스라엘 신앙에서 말씀은 기억되고 암송되고 자녀에게 전해지는 것이었다. 신명기 6장의 쉐마처럼 말씀은 집에 앉았을 때나 길을 갈 때나 누웠을 때나 일어날 때나 말해져야 했다. 말씀은 예배당 안에만 갇히지 않고 일상의 언어가 되어야 한다. 마음에 없는 말씀은 구호가 되고, 입에만 있는 말씀은 종교적 장식이 될 뿐이다.
3. 가까운 말씀은 행함으로 응답된다
말씀은 행하라고 주어진 것이다(“네가 이를 행할 수 있느니라”). 하나님의 말씀은 언제나 순종하는 삶으로 이어진다. 히브리적 지혜에서 안다는 것은 단순한 인식이 아니라 참여이며 실천이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균형을 본다. 말씀은 “가깝다.” 그러나 쉽다는 뜻은 아니다. 말씀은 “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능력만으로 충분하다는 뜻도 아니다. 신명기 30장 6절은 하나님께서 마음에 할례를 베푸신다고 말한다. 곧 하나님은 명령하실 뿐 아니라, 그 명령을 따를 수 있도록 마음을 새롭게 하신다.
바울은 로마서 10장 8절에서 이 말씀을 그리스도의 복음과 연결한다. “말씀이 네게 가까워 네 입에 있으며 네 마음에 있다.” 바울에게 이 가까운 말씀은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에게 다가온 복음의 말씀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바로 가까이 오신 하나님의 말씀이다.
* 마무리하며 - 김지철 목사
하나님의 말씀은 설교 속에, 성경 한 구절 속에, 양심의 떨림 속에, 이웃의 눈물 속에, 공동체의 부름 속에 가까이 있다. 문제는 말씀이 먼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 먼 것이다. 그러므로 신앙은 다시 가까워지는 일이다. 말씀 가까이, 하나님 가까이 가는 일이다.
가까이 있는 말씀은 우리를 부른다. “들으라. 행하라. 생명이신 그리스도를 선택하라.”그 말씀을 입에 두고, 마음에 새기고, 삶으로 걸어갈 때, 우리의 일상은 하나님의 뜻이 피어나는 작은 성소가 된다. 말씀은 멀리 있지 않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지금도 우리 가까이 와 계신다.
** 기도문
사랑의 하나님,
멀리서만 답을 찾던 우리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오늘 우리 가까이에 말씀하시는 은혜를 깨닫게 하소서.
완고한 마음이 새로워져 듣고 순종하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말씀이 우리 입술의 고백을 넘어 삶의 습관이 되게 하소서.
가까이 오신 말씀,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게 하소서.
오늘도 말씀 안에서 살고, 말씀을 따라 생명을 택하게 하옵소서. 아멘.